불법 체류 태국인 용의자를 직권 남용해 현행범으로 불법 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강북경찰관들이 혐의를 부인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는 14일 직권남용체포 등 혐의로 대구 강북경찰서 형사과 A(51)팀장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에는 수사 검사가 ‘직관’했다. 직관은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공소 유지를 직접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이 공소사실요지 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이 부장판사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하지 않게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2항은 공소장에는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공소 사실 요지를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세세한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이는 크게 3가지로 △수갑이 채워진 채로 바닥에 있던 불법체류 태국인을 폭행한 점 △체포영장이 신청 단계에게 기각됐고 긴급 체포 요건도 갖추지 못했음에도 위법으로 체포한 점 △완전히 제압된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체포한 점 등이다.
프레젠테이션의 상당한 부분과 시간은 ‘영장주의’에 할애됐다. 영장주의는 수사기관 등의 형사절차에서 강제처분을 함에는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는 주의를 말한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해서 경찰에서 잡은 마약 사범을 검찰에서 풀어줬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에서 마약 수사를 하지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범죄 소명 등 보완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한 적법 절차라는 가치와 수사의 편의 또는 수사기관의 재량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이고 이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며 “체포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었다하더라도 이러한 수사가 허용됐어야 하느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요지에 대해 변호인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죄 등으로 현행범 체포한 사실이 있을 뿐이고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직권남용 체포에 해당하거나 불법 체포에 해당하지 않는 점 △피고인들의 체포 행위는 정당행위인 점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에 해당되는 정도의 상해를 입은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며 부인했다. 증거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의견을 따로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독직 폭행의 내용이 직권남용 체포 아니냐. 특가법 외에 직권남용체포가 따로 성립하는 건 왜 그렇냐”며 “제 말이 틀렸을 수도 있다. 검찰에서 보기에 틀렸다 생각하면 의견서 제출하시고 맞다 생각하면 공소장 변경으로 정리하면 된다”고 했다.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는 서증조사와 함께 당시 모텔 직원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5월 25일 김해시의 한 모텔 복도에서 불법 체류 중인 태국인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는 등 제반 체포절차를 위반한 상태에서 독직폭행 한 후 영장도 없이 투숙한 방실에 대한 불법수색을 통해 확보한 마약류를 근거로 직권을 남용해 현행범인으로 불법 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42)경위는 같은 날 필로폰 판매 등 혐의로 수사 중인 태국인의 머리, 몸통 부위를 수회에 걸쳐 팔과 다리로 때리고 짓밟았으며 경찰봉으로 머리 부위를 수회 내리쳐 타박상 등의 상해를 가한 혐의(특가법상 독직폭행)를 받았다.
C(48)경위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바닥에 앉아 있는 태국인의 얼굴을 발로 1회 걷어찬 혐의(독직폭행)로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1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