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곧 지방소멸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다.
반면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전년보다 감소했다.
지난 2월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24만9200명) 대비 1만9200명(-7.7%) 감소했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0.72명으로 전년(0.78명)보다 0.06명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粗)출생률은 4.5명으로 전년보다 0.4명 감소했다.
출생아수, 조출생률, 합계 출산율 모두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최악의 인구 성적표를 받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2021년 기준)은 1.58명으로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 0명대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합계 출산율이 1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2022년 세종이 1.12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0.97로 떨어지며 모든 시도 출산율은 0명대로 내려앉았다. 서울 출산율은 0.55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사망자수는 35만2700명으로 전년대비 -5.4%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대부분 연령층에서 사망자 수가 감소했다.
남자와 여자 모두 80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사망자 수에서 출생아 수를 뺀 인구 자연 감소는 12만2800명으로, 2020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연증가율(인구 1000명당 자연증가)은 지난해 -2.4명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지난해 17개 시도 중 세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자연 감소를 기록했다.
▣저출산 원인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는 먼저 인구학적 요인이 꼽힌다.
15~49세 여성 인구와 주 출산 연령대인 25~34세의 인구 감소가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 1995년 대비 2021년 15~49세 여성 인구는 115만 명 이상 감소했다.
주 출산 연령대 여성 인구는 86만 명 이상 감소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남아 선호’와 ‘태아 성 감별 및 여아 낙태’로 인해 출생성비 불균형이 발생했다.
혼인율 하락과 초혼 연령 및 출산 연령의 상승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혼인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1995년 8.7건에서 2022년 3.7건까지 감소했다.
초혼 연령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팩트북 `저출산 대책`에 따르면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5년 28.36세에서 2022년 33.72세로, 여성은 1995년 25.32세에서 2022년 31.26세로 집계됐다.
초산 연령도 2020년 32.3세로 2000년(27.7세) 대비 평균 4.6세 상승한 만큼 난임의 위험이 증가, 임신 가능 기간이 축소돼 둘째아 이상 추가 출산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사회・경제적 요인 한 몫
사회・경제적 요인의 첫 번째는 고용 형태와 소득 격차다.
최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고용 형태・기업규모・직종에 따른 임금 격차와 고용 안정성 차이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 상태와 낮은 임금으로 인한 소득 불안은 혼인 시기를 지연시킴은 물론 출산의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실제 첫 급여 수준이 높고 기업체 규모가 클수록 첫 아이 출산 확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패널조사의 2010년 대비 2019년 가구 소득수준별 출산율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소득 하위층에서 출산 가구 수가 가장 적었고, 출산율 하락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는 주거 격차다.
2000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주택 가격도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국토연구원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전년도 주택가격이 1% 상승할 경우 합계출산율이 0.002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 하락은 최장 7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 번째는 경제적 부담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청년 세대(19~34세)가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57%)’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유자녀 가정은 무자녀 가정보다 가구 예산의 15~30%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가계 총지출에서 교육비 지출 비중이 15% 이상으로 큰 편에 속한다.
네 번째는 장시간 근로다.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 시간은 2021년 기준 OECD 최고 수준인 1928시간이다.
기혼 여성의 근로 시간이 길수록 임신 확률이 낮아진다.
미혼 여성의 경우 근무시간 외 근무를 하는 경우 1년 이내 결혼할 확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자녀 돌봄 부담도 저출산의 요인으로 꼽힌다.
맞벌이 가구 증가로 돌봄 수요는 증가했다.
돌봄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맞벌이 부모는 출산 후 마음 놓고 장시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상황이다.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자녀 돌봄 부담의 많은 부분이 여성 책임으로 전가되면서 여성의 근로 시간 단축 또는 고용단절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출산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청의 ‘2020년 경력단절여성 현황’을 보면, 경력단절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 육아(42.5%)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결혼(27.5%), 임신・출산(21.3%) 등이 뒤를 이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위기
국내 총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현실화됐다.
2030년 5120만 명, 2070년에는 약 3800만 명에 이르면서 인구의 자연감소폭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구성장률도 2020년 0.14%에서 2070년 -1.24%로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구수와 생산연령인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룬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 시대가 저물고있다.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들고 부양할 노년층은 늘어나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유소년인구(0~14세)와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감소는 심화되는 반면, 기대 수명 증가로 고령인구(65세 이상)가 유소년인구를 추월하는 등 인구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의 주체로서 경제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국내 생산연령인구 구성비는 2012년 73.4%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로, 2070년에는 46.1%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72.1%로 38개국 중 가장 높지만, 2070년에는 46.1%로 가장 낮아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교육 인프라 과잉과 대학 미충원으로 인한 재정 악화를 야기한다. 20세 남성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군 인력 충원・운영 어려움의 상시화 및 국방 공백도 우려된다.
아울러 소멸위험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수도권은 인구 집중에 따른 사회적 혼잡 비용이 급증하고, 지방은 유휴자원 증가 및 공공행정서비스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을 정점으로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30만~50만 명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소비・투자가 위축됨과 동시에 생산연령인구의 고령화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복지제도의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30년 이후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10만 명)의 초고령층(만 75세 이상) 진입 등으로 노년부양비가 급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2042년에는 국민연금 적자 전환 등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황태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