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가 대구 지자체 중 처음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19일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자 20여명과 조재구 남구청장 등이 전날 남구청 회의실에서 만나 피해자 구제 대책 등을 논의했다. 대책위는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해 지자체가 피해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난 1일 대구에선 30대 여성 A 씨가 전세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올 초 불거진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 빌라 다가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였다. 고인은 2019년 전세보증금 8400만원을 주고 다가구주택에 입주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후 집 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고인은 유서에서 "괴롭고 힘들어 더 이상 살 수가 없겠다.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다"며 "난 국민도 사람도 아니냐. 너무 억울하고 비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살려달라 애원해도 들어주는 곳 하나 없고 난 어느 나라에 사는 건지…"라며 "도와주지 않는 이 나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서민은 죽어야만 하나요."라고 적기도 했다. 대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사례는 A 씨가 처음이며, 전국적으론 8번째 희생자로 알려졌다. 조 구청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며 "어떤 위로의 말과 공감으로도 아픈 마음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남구청의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한 자체 노력과 더불어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생계비(50만원)·이사비(150만원) 등 지원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태운 전세 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 대표는 "대구 전 자치구를 통틀어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남구청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 대표는 "(피해자들이) 젊고, 신혼부부가 많고, 아이가 있는 사람도 많다"며 "이들이 세상을 떠나지 않게 남구에서 대책 마련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조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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