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소나무재선충병 급속히 확산하고 있으나 그 피해 규모는 아무도 모르는 `지방행정 부재`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주요 이유가 된 중앙집중적 행정 구조의 대표적인 폐단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이철우 경북지사는 행정통합을 추진하면서 여러 차례 "지역은 소나무 한 그루도 맘대로 못 심는다"며 한탄한 바 있다.경북도는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14일까지 도내 20개 시군(영양, 울릉 제외)을 대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항공예찰을 진행했다.그러나 두 달이 지난 21일 현재까지 시군별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산림청이 이를 막고 있다고 한다.경북도 관계자는 "지금도 계속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산림청과 지방 정부의 통계 기준이 다를 경우 피해 면적도 차이가 나 혼선이 있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 때문에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재난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와 달리 농정당국은 여름철 집중호우나 가뭄, 병해충, 전염병 등에 따른 농축산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현황에 대해 `잠정`을 전제로 그 상황을 신속히 발표한다.그리고 나중에 정밀조사를 해 공식 집계를 낸다.재난 상황에 대한 이같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집계가 산림행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지난해 예천군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까지 난 상황에서도 경북도는 산사태로 인한 피해 지역 규모와 수를 공개하지 못했다.당시 경북도 관계자들은 산사태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산림청의 지침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현재 경북 포항 구룡포 지역에는 살아 있는 소나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재선충병이 심각하다.주민들은 "지난해보다 피해규모가 10배는 더 될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나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 전체의 피해 면적에 대해 "대충 2~3배 이상일 것"이라며 정확한 피해 면적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연말이 다 된 현재까지 경북도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규모는 73만9505그루라는 지난 4월 통계가 공식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도내 피해 규모는 내년 4월 산림청이 확정해 준다.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정확한 피해규모가 나와야 내년 방제 예산을 잡을 수 있지만 산림청이 경북도에 방제예산으로 내려준 예산은 올해 241억원에서 21.2%가 늘어난 292억원에 불과하다.산림청의 지원예산도 빈약하지만 경북도조차 방제예산을 올해 77억원에서 내년에는 73억원으로, 도내 시군들은 올해 179억원에 내년에는 170억원으로 모두 줄였다.피해규모도 제 때 모르는 주먹구구식 피해 집계에다 기준도 없는 방제예산 책정으로 벌써부터 내년 방제사업이 올해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병 확산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경북도내 한 조림업체 관계자는 "산림당국이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포기하고 수종 갱신을 서두르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다간 울진 지역의 금강송까지 재선충병이 확산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했다.조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