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로 붐비는 대로상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며 걷는 흡연자들을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가 막심한데다 길을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어린이들이 담뱃불에 데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지만 강력히 규제하거나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현행법상 금연거리 설정은 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길거리 흡연을 의무적으로 단속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길거리 흡연을 법률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 명문화ㆍ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관할 길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아왔던 지자체는 대통령령의 지정기준에 따라 지역 내 길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지자체의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길거리에서 흡연을 하면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 받게 된다. 현재 길거리 흡연을 규제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전체 228개 단체 중 5%인 12곳에 불과하다. 서울은 강남대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9곳의 길거리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고, 경기도와 인천 등 8개 광역자치단체도 1~3곳의 길거리를 흡연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대전, 광주, 울산 등 8개 광역자치단체는 길거리 흡연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길거리 금연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이유는 무엇인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을 굳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듯 시행해 봐야 선출직인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들로서는 득이 될 게 없다는 시각도 작용했다. 공연히 애연가 층의 반발로 지지도만 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여론도 한몫했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겪는 고충과 피해를 언제까지 방치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단속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하지만 일단 법으로 규제를 강화하면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 흡연자의 불만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금연구역이 자꾸 늘어나는 현실에서 길거리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보행 중 흡연으로 인한 시민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생각하면 일부 흡연자들의 법안 반대논리는 명분도 약하고, 건강을 걱정하는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건강증진에 관한 사회적 욕구가 날로 커지고 금연운동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도 확보된 사안으로,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보행 중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