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진 -사진- (수필문우회 회장)    ‘미국의회도서관’은 미국의 국립도서관으로 세계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소장품은 3000만 권 이상의 서적과 방대한 각종 자료들로 구성되어 총 1억 점을 상회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서적(古書籍) 같은 소장품은 유럽의 대영도서관 등에 비해 양이 적은 편이나 그 대신 사진, 영화, 악보, 레코드, 판화, 회화 같은 여러 가지 자료들이 다방면으로 많이 수집, 소장되어 있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을 한 가지 들어보면 ‘스트라디바리우스’ 5점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바이올린이 3점 비올라가 1점, 첼로가 1점이다. 이탈리아의 장인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1644-1737년)가 만든 현악기들은 어떤 것이나 그의 로마식 이름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라는 통칭이 붙어있다. 그러나 각 악기마다 그 악기가 만들어진 이후 거쳐온 이력에 따라 애칭이 하나씩 더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악기 하나 하나에 정경화의 바이올린 ‘Harrison Stradivarius’처럼 2자리 이름이 있는 것이다. 그는 1000여 점 이상의 현악기를 만들었는데, 현재 바이올린이 540점 정도, 비올라가 13점, 첼로가 63점 남아 있고 기타와 하프도 조금 남아 있어, 대략 총 650점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거트루드 클라크 윗탈(Gertrude Clarke Whittall·1867-1965년) 여사가 1935년과 1936년 두 해에 걸쳐 기증한 것이다. 그들의 애칭은 바이올린의 경우 Betts(1704년산), Castelbarco(1699년산), Ward(1700년산)이고, 비올라는 Cassavetti(1727년산), 첼로는 Castelbarco(1697년산)로 1699년산 바이올린과 같다. 윗탈 여사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수집해 왔는데, 그 악기를 보고 그 소리를 듣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의회도서관에 기증하고 그것을 보관하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자금도 100만 달러의 기금을 만들어 함께 제공했다. 도서관내 콘서트 홀 옆에 악기 보관을 위한 별관을 붙여 짓고, 평소에는 그 건조물 내 유리상자 속에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두고 전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악기란 아무리 적정한 온도나 습도에서 잘 보관해도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곳에 변형 변질이 생겨, 결과적으로 음질이 저하되어 못쓰게 되고 만다. 의회도서관 음악부서장 스피바크(Harold Spivacke)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뛰어난 현악주자들을 초청해서 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정기적으로 연주하도록 하는 콘서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악기에는 수복과 수선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서관 밖으로 반출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딸려 있어, 많은 아티스트들이 손에 익지 않은 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기피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악기를 유지하려는 계획이 처음에는 순탄하지 못했다.  1938년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이 유럽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기로 했을 때 의회도서관의 연주 요청을 받고, 미국에서의 제1회 연주를 이곳에서 가졌다. 이곳에 비치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한 그들의 연주는 훌륭했으나, 그 성공은 그들의 오랜 숙련의 결과였지, 그들이 익숙하지 않은 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 결과는 아니었다. 의회도서관은 바로 그 다음해 이 부다페스트 4중주단에게 이 도서관에 적을 두고 매년 봄, 여름 모두 20회의 연주회를 가져 달라는 계약서를 제시했다. 그들은 1940년부터 1962년까지 이곳에서 매년 각 시즌마다 30곡의 실내악 작품을 연주했다. 처음에는 한 회 입장료가 50센트였던 이 위대한 4중주단의 연주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열을 섰고, 음반계에서도 실내악 붐이 일어나 부다페스트 4중주단이 재정적으로 자립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줄리어드 현악4중주단이 그 임무를 계승해서 지금까지 매년 연주회를 되풀이하고 있다. 모두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기막힌 ‘스트라디바리우스’ 보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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