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한 민간위원 즉 공무(公務)를 수행하는 민간인이 직무와 관련, 부정행위를 했을 경우, 공무원으로 간주하는 범위를 넓혀 더 강력(强力)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가 사법·행정 양면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증대되고, 그 벽도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다.
대법원 3부는 한국환경공단 설계심의분과위원으로 위촉, 특정업체로부터 검은돈을 챙긴 김모 사립대 교수의 ‘수뢰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원심은 김 피고인이 건설기술관리법 제45조에 따른 ‘공무원 의제(擬制)’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은 공무원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바로잡은 것이다.
같은 날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공공기관 임직원 등 공무 수행 민간인이 검은돈을 받은 경우 지금처럼 배임수재죄로 약하게 처벌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에 준해 뇌물죄로 엄단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권고했다. 공무 수행 민간인은 비록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로비 대상이 되기 쉽고, 돈의 유혹에 넘어간 부패 사범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현행 공공기관운영법 제53조의 공무원 의제 규정을 보완, 행정업무를 위탁받은 민간 수탁자의 부패 행태도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정책 대안이 각별히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각 단행법이 특정한 경우 민간인을 공무원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형벌 법규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 때문에 실제의 재판에선 혼선이 잦았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단에도 차이가 있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형법 제129조 1항(수뢰죄) 공무원에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영향평가심의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결정해 죄형법정주의를 엄격히 적용했었다. 대법원이 그동안 “공무원에 해당하는지는 주된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담당하는 업무의 공정성 등이 보호될 필요가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힌 것과 차이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같은 혼선을 정리하면서 공직의 염결성(廉潔性)을 강조하는 의미가 돋보인다. 한국의 부패지수는 일본, 대만 등 동남아 경쟁국에 뒤지는 부끄러운 수준인데도 전혀 개선되지도 않고 있다. 권익위의 반(反)부패 입법 의견을 정부·국회가 새겨듣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