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불안케하는 원전비리의 중심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다수의 직원들이 납품업체 비상장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수원 퇴직자들이 설립한 대전의 S사 주식을 30여 명의 직원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는 건설 중인 신울진 1·2호기 등에 제어 밸브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
업무상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납품업체의 비상장 주식을 한수원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법적·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전비리수사단이 관련기업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회사 대표를 체포, 조사 중인 것만 봐서도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을의 위치인 S사가 로비 명목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한수원 직원들에게 주식을 제공했거나 주식 환매 과정에 부당한 시세차익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 직원들은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S사에 납품 편의를 봐주거나 부적절한 계약을 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식을 보유한 직원들 대부분이 부처장, 부장, 차장 등 중간간부들로, 납품 계약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은 시사적이다.
주식보유자 중에는 한수원 본사뿐 아니라 (신)고리·영광 등 원전 근무자, 해외 파견 근무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보유한 S사 주식은 전체 약 40만주 가운데 7만주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S사가 한수원 직원에 대한 로비를 목적으로 주식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S사는 한수원을 퇴직한 김모씨가 10여년 전 설립한 업체로 신울진 원전 1·2호기 등에 제어 밸브 등을 공급하며 지난해 55억원의 매출을 거둘 정도로 기업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검찰은 주식 보유 과정의 위법성과 대가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한수원 직원 혹은 그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보유한 S사의 주식이 전체의 17%가량이나 된다고 하니 납품 과정의 검은 거래를 의심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한수원도 이번 기회에 직원들의 납품업체 주식 보유 현황을 철저히 파악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납품업체 수만 수백 곳에 달하는 만큼 S사 주식만의 문제는 아닐 터이다. 원전비리로 100여 명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한수원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원전사고는 비리에서 싹틈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한수원의 위기는 신뢰 받는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적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