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에 앞장서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4·11 총선으로 구성된 제19대 국회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대선까지는 선거전에 몰입했고, 대선 이후 지금까지도 그 연장전을 벌여왔다. 이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다 보니 헌법이 규정한 내년도 예산안 의결 시한(내달 2일)이 코앞이지만 국회는 본격 심의에 착수도 않고 있다. 100일 정기국회 회기의 90%를 허비했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은 또다시 국회 일정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심각한 안보·경제 현안들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국회 해산’ 발언이 공감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김 전 총리는 28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연구 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 “국회 해산제도가 있었다면 지금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또 “여야 국회의원들이 총사퇴하고 다시 한 번 심판받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하는 분도 주변에 있다” “어떤 분은 국회 해산법을 다음 헌법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도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김 전 총리는 “과격한 표현이 됐지만 국민의 절망감을 해소하는 데 적극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총리의 강연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공분(公憤)을 대신해서 전달한 것이다. 더 심한 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같은 국회와 정치권을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직 정치세력으로서 형체도 갖추지 못한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기현상도 이런 상황의 산물이다. 여야는 지난해 총선·대선 과정에서 온갖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냈다. 계층·지역·세대 갈등을 부추겼다. 경제살리기보다는 경제민주화 미명 아래 경제활력 죽이기 경쟁을 하다시피 했다. 대선 이후에도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사건을 빌미로 101일 동안 장외(場外)투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법안이 처리된 이후 5개월여 동안 입법활동이 중단 상태다.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4·1 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 외국인 투자촉진법 등 100여 건의 경제활성화·민생법안이 모두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은 공석 94일 만에 겨우 처리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유례가 드문 초대형 복합 외교·안보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을 계기로 안보 환경이 급속히 불안정해졌다. 이어도 상공을 둘러싼 한·중 간의 갈등도 본격화하고 있다. G2의 각축전 속에 한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사정도 녹록지 않다. 10대 그룹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 비해 4.7%나 줄고 중견기업들의 위기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야는 ‘국회 해산’까지 거론하는 민심의 절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간의 죄상을 조금이라도 용서받기 위해 오로지 국가·국민·국익을 위해 밤새워 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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