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재 / 언론인  개혁은 지난(至難)하다.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주도해도 그렇다. 하늘도 도와야 한다. 어설픈 개혁은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도 개혁을 위해 몸부림쳤다. 사색은 개혁에 대한 열망을 잉태했다. 그는 `철인(哲人) 황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은 물론 법학에도 심취했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로마법의 정신`을 통해 로마는 세계를 세 번 정복했다고 주장했다. 한 번은 군사력, 또 한 번은 종교, 나머지 한 번은 법을 통해서였다. 로마법이 세계를 정복한 데는 아우렐리우스의 공(功)을 무시할 수 없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황제 가운데 최고의 법학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법에 대한 천착(穿鑿)과 함께 입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노예 해방, 고아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보호, 시(市)의회 의원 선임 등과 관련된 법률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공부는 차라리 쉬웠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제국을 지키기 위해 어제는 도나우강, 오늘은 시리아를 헤매고 다녔다. 몸과 마음만 바빴지 소득은 미미했다. 파르티아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끔찍한 전리품을 얻었다. 동방에서 `페스트`를 옮겨왔다. 숱한 사람들이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다. 노동력이 줄어들자 나라 살림도 휘청거렸다. 이민족과의 전쟁은 계속됐다. 전비(戰費)에 충당하기 위해 화폐의 귀금속 함량을 줄였다. 인플레 등 온갖 부작용이 일어났다. 민심도 흉흉해졌다. 아우렐리우스는 168년 화폐 재평가를 단행했다. 은화(銀貨) 데나리우스의 은(銀) 함량을 79%에서 82%로 높였다. 하지만 재정이 어려워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화폐 재평가 조치를 백지화했다. 철인 황제는 180년 3월 비엔나 근처의 병영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죽기 직전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자신의 아들 코모두스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코모두스는 여러 면에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그는 즉위 후 내내 모반 위협에 시달리다가 192년 암살당하고 만다. 근위대장 레토는 66세의 로마시장 페르티낙스를 황제로 추대했다. 그는 엄격한 원칙주의자였다. 원로원도 그를 지지했다. 페르티낙스는 영국 총독으로 재직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병사들의 반란으로 중상을 입었지만 회복되자 마자 반군을 진압했다. 주동자들은 엄벌에 처했다. 그 과정에서 `원칙주의자`라는 훈장을 얻었다. 페르티낙스는 제국 통치에서도 원칙을 지키려고 애썼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국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고 했다. 데나리우스의 은(銀) 함량을 74%에서 87%로 높였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억제했다. 일부 근위대원들이 군기 확립 지시에 반발, 암살을 시도했으나 적발된 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가장 큰 적(敵)은 가까이에 숨어 있는 법이다. 근위대장 레토는 황제 추대의 대가로 이집트 장관 자리를 원했다. 황제는 레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근위대원들도 황제 즉위 후 보너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불만을 품었다. 로마 황제들은 즉위 후 근위대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안겨줬다. 아우렐리우스도 그랬다. 하지만 페르티낙스는 관행을 깨트렸다. 레토는 근위대원들을 부추겼다. 300여명의 근위대원들이 황궁으로 난입했다. 측근들은 황궁을 빠져나가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황제는 근위대원들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근위대원들은 이미 이성을 잃은 뒤였다. 황제는 즉위 후 불과 3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 공기업 노조가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현대판 근위대의 반란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공기업 노조는 "정부가 방만경영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개혁은 도도한 물결 같아야 한다. 걸림돌이 있더라도 이를 압도해야 한다. 개혁 대상이 감히 군소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내용 하나 하나가 대의(大義)를 반영하고, 정치(精緻)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반발과 알력만 증폭된다. 이는 곧 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공기업 개혁은 `투 트랙(two track)`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방만 경영을 바로잡되 정책 수행에 따른 부채 증가에 대해서는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공공 사업을 벌이지 않으면 부채도 늘어날 리가 없다. 모든 책임을 공기업에 떠넘기면 격렬한 저항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드라이브를 보면 불안감이 앞선다. 섣부른 개혁은 공기업의 기본 가치마저 훼손할 수도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