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 재미동포, 前 美정부 관리  며칠전 한국은 설날이었는데, 고향 떠난 지 거의 반세기가 되어서인지 설날에 대한 기억이 가물거리기만 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지금처럼 물자가 풍부하지 못해서인지 몰라도 설빔을 입거나 세배 돈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 설날에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을 집으로 오게 해서 떡국도 먹고 세배도 가르치고 세배 돈도 주었다. 이번 설날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은 이전 정권에서 이런 행사를 할 때마다 돈을 받아갔다. 이번에도 돈을 요구한다면 북한 당국은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을 동물원의 동물 취급을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이 돈을 받고 이산가족 상봉을 시키는 것은 우리가 돈을 내고 동물원을 구경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해서 북한은 돈을 벌었다. 이전 정부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제공한 현금과 금품이 약 1조40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그 외에 쌀, 비료, 금강산면회소 건설, 행사비 등으로 총 1조7489억원을 지불했다고 하는데, 이는 상봉가족 1인 10억4000만원이 든 셈이라고 한다.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동물원식 가족상봉을 시키는 것은 이산 가족의 애끓는 그리움을 이용하는 반인륜적인 처사이며, 만약 남한이 계속 북한의 이런 요구를 수용한다면 그 또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북한은 달러가 아쉽다. 전쟁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달러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이건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내다 팔고 있다. 주민들의 월동에 꼭 필요한 석탄까지도 주민들에게 배급하지 않고 중국에 팔고 있고, 어민이 잡은 수산물도 그들이 먹지 못하게 하고 수출을 하고 있다. 강에서 파낸 모래도 남한에 팔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금강산 관광도 끼워서 팔려고 한다. 금강산 입장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입산료이고,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관광지가 북한이라고 한다. 호텔 수준이 국제기준에 미달하는데도 북한에 들어오는 외국 사람들에게 비싼 돈을 받고 있다. 그리고 1년에 두 달 정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스키장도 개장하였으며 골프장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위락시설은 북한주민들에게는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그림의 떡일 것이고, 순전히 외화벌이의 도구인 셈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큰 피해를 볼 쪽은 북한이지만, 지금 북한은 김정은을 위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 전쟁경험도 없는 젊은 김정은이 인민군 노장들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정말로 가관이다. 그는 노장들이 아무 이의 없이 자기 말을 들어주는 것에 기쁨과 만족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북한에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배급이 끊어진 시골 주민들은 양식을 구하기 위해 몇 십리를 걸어서 다녀오고 땔감을 찾아 산에서 나무를 주어 오기 때문에 북한의 산들은 민둥산이 되어 버렸다. 학생들은 교실 대신에 밖에 나가 노동을 하고 있으며 일반 주민들도 공사장으로 호출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건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약하다고 한다. 보통 결핵약으로는 완치될 수 없는 슈퍼 폐결핵이 만연되어 국제의료기관이 가서 치료해주고 있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이것이 북한 민초들의 실상인데, 북한 권력자들은 평양의 모습만 보여주면서 그들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 권력자들은 민생 투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주민들 스스로도 자신에게 인권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세뇌된 북한 주민들과 함께 사는 것은 아직은 요연하지만, 남북 간의 왕래가 허용되어 이들이 자신의 인권에 눈을 뜨도록 해야 할 것이다. 6·25전쟁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다. 전쟁은 무서운 것이며, 한반도를 다시 수십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이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야한다. 지금 남북한이 전쟁준비에 지출해야하는 비용이 얼마나 많은가. 이 돈이 주민복지용으로 전환된다면 남북한은 금수강산이 될 것이며 서로 왕래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말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말의 해 갑오년이 통일의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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