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구조물에 깔려 있었어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구조된 부산외대 예비 신입생들은 울산 시티병원과 21세기 좋은병원, 경주 동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응급실에 이송돼 치료를 받으면서 겨우 말문을 열었다.
지난 17일 오후 9시16분께 폭설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경북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조립식 체육관이 붕괴하는 사고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80여 명의 예비 신입생이 중경상을 입었다. 안타깝게도 현재 8명(오전 1시20분)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8명의 사망자는 21세기 좋은병원에 안치돼 있다.
현재 소방당국은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일대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눈이 내리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40명 남짓한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북구 연암동 울산시티병원 응급실은 부상자의 신음과 학생들의 부모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오열하는 소리가 뒤엉켜 있다.
윤서화 학생은 "무대에서 응원단의 공연이 끝나자 천장에서 찌직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비명이 들렸다. 그 이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깨어보니 구조물에 깔려있었다"며 몸을 떨었다.
이 학생은 "아직 구조되지 못한 친구가 있다고 들었다. 제발 무사히 구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위에 노출된 일부 학생들은 병원 응급실에서도 계속 몸을 떨었다. 사고 순간을 기억조차 하기 싫다며 일부 학생은 손을 내저었다. 허리 부상을 당한 학생은 일어서지 못했고, 천장이 무너지면서 머리에 부상을 당한 학생도 눈에 띄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학생의 부모들은 부산 등지에서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부상이 심한 자녀를 확인한 학부모들은 오열하면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놀라움을 애써 감춘 학부모는 자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특히 체육관 내부 중간에 있었던 학생이 크게 다쳤다. 앞에서 뛰어오는 학생과 뒤에 있는 학생이 오가는 사이에 깔려 심한 부상을 당했다.
한 남학생은 "체육관 뒤쪽에 있었지만 출입구를 향해 뛰어가다 넘어져 친구들에게 깔렸다. 그때 선배가 나를 업고 나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악몽의 순간이었다"고 침통해 했다.
사고가 나자 경주 인근의 구급차들이 현장으로 급파됐지만 리조트가 산간지역에 있고 폭설이 내려 접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 수십 명이 현장에 출동해 눈길을 헤치고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17명의 학생이 파묻혀 있어 저체온증 등으로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구조대는 밝혔다.
한편 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당초 경주의 다른 리조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네티즌들은 더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