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학생들이 연일 계속되는 폭설을 무릅쓰고 해발 500m의 산꼭대기에 있는 마우나 오션 리조트로 왜 갔을까.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1월 중순 대학본부에 "자체 오리엔테이션을 하겠다"며 대학에 지원을 요청했다.대학측은 많은 학생들이 외부 콘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할 경우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처음부터 이를 반대했다.대학은 오는 3월 새학기에 완전 이전하는 남산동 새 캠퍼스 시대를 맞아 예년 행사와 달리 교수들과 재학생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입생들을 새 캠퍼스로 초청해 오리엔테이션을 열도록 하자며 총학을 설득했으나 실패했다.대학측은 오는 26일 새 캠퍼스에서 대학 공식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잡혀 있는 점을 들어 총학이 고집하는 자체 행사를 허락하지 않았다.대신 학생자치기구 대표단체가 개최하는 이번 행사에 버스 25대를 지원했다. 모든 행사는 총학 주관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교직원 3명만 동행했다.일부에서 `대학이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서 낙후된 숙박시설을 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총학생회는 당초 경주 모 콘도에서 하기로 했으나 다른 대학에서 먼저 예약하는 바람에 마우나 오션 콘도에서 행사를 열기로 한 것이다.학생회측은 “마우나 오션 리조트 강당이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외관이 비교적 새 건물이고 리조트의 풍광이 좋은 점 등을 감안해 오히려 다른 콘도에 비해 비싼 숙박비를 감수하고 잡았다”고 말했다.이 건물이 최근 내린 70㎝의 폭설이 눈 ‘폭탄’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콘도 관계자들도 천장과 외벽은 겉으로만 번듯하게 보일뿐 부실한 H빔으로 엮어서 샌드위치 패널로 덮어 놓은 건물이 물기 머금은 두께 70㎝의 눈 무게를 감당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결국 눈의 하중에 버티지 못한 철골 구조물이 V자 형태로 무너져 내리면서 샌드위치 패널과 같이 붕괴되면서 무방비로 노출된 젊은 꿈을 짓누르고 만 것이다이 지역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으로 동해안 기후의 영향권에 속해 폭설이 예상되는데도 콘도측은 물론이고 행정·소방 등 감독기관도 안전성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함으로써 예고된 대형 참사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또 평소 폭설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부산지역 학생들도 폭설에 대한 사고 위험에 둔감해 장소 선정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것도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이런 도처에 방치된 안전 불감증 속에서 대학 입학의 꿈에 부푼 새내기들이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희생되는 참상을 당하면서 부모와 가족 및 주위 사람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충격과 깊은 상처를 안겨주고 말았다.경찰과 행정 당국은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뒤늦게 건물의 안전성 및 건축 경위 등을 확인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분향소에서 만난 유족은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오열했다.윤용찬 기자 / 황보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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