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명성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축구스타 손흥민(22·레버쿠젠)이 그리스전에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손흥민은 6일 오전 2시(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구자철(25·마인츠)·이청용(26·볼턴)과 공격 2선에서 호흡을 맞추며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29·왓포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불과 5일 전 정규리그 경기를 소화한 상태였지만 손흥민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특히 A매치 승리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며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화려한 드리블 능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 조직을 뒤흔들던 손흥민은 이른 시간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후반 18분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긴 패스를 연결해 박주영의 선제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의 눈길을 빼앗은 뒤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찔러 넣었고 박주영은 멋진 논스톱 발리슛으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도우미로서 제 몫을 다한 손흥민은 감춰뒀던 `킬러 본능`을 끄집어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박주영 대신 김신욱(26·울산)이 교체 투입되자 손흥민은 활동 영역을 넓혔다.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김신욱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구자철의 침투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강력한 왼발슛으로 직접 골망을 갈랐다.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손흥민은 후반 28분 김보경(25·카디프시티)과 교체돼 나갔다.
올 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8골 2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도 기복 없는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홍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치른 A매치에서 손흥민은 대표팀 내 최다인 4골을 기록 중이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수비가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그리스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약팀에만 강하다`는 비판까지 말끔히 털어냈다.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이 꾸려진 이날 손흥민은 평소보다 더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예전부터 발을 맞춰온 이청용·구자철·김신욱 등은 물론이고 이번에 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과도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골이면 골·도움이면 도움, 공격에서 만능 재주꾼 노릇을 하고 있는 손흥민 덕분에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