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에서나 종사자들이 입는 제복(制服)은 자신의 큰 명예이며 또한 여기에는 무한 책임의 각종장식이 표시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때로는 극단적 희생까지 자청하고 또 감내해야 하는 책임의 상징이기도 해 제복의 명예가 더욱 빛난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비운의 당사자로 전락된 세월호 선장은 정반대였다. 다시 생각도 하기 싫은 지난달 16일 오전 많은 승객을 남겨두고 먼저 탈출하던 그의 속옷 차림의 처량한 모습은 무책임에 대한 분노를 넘어 연민을 자아낼 지경이었다. 멋있는 마도로스 제복 차림이었어도 500명 가까운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도외시할 수 있었을까. 다른 선박직도 오십보백보다. 승선 승무원 중 선박직 15명은 전원 탈출했고, 제복 차림은 단 1명도 없었다. 선박직 아닌, 사무장·매니저·조리요원 등 운항에 관여하지 않은 승무원 14명 가운데 5명이 그나마 목숨을 건졌다. 이들은 구조 당시 모두 제복 상태였다고 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제복을 팽개치고 탈출해 살아남고, 하위직은 죽음에 맞서는 순간까지 제복으로 책임을 다하는 대비(對比)에 또한 억장이 내려 앉는다. 특수 직역 제복 규정의 원형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은 제8조의2 복장 및 복제(服制) 규정을 제3조 근무기강과 맞물려 놓고 있다. 제복의 3대 요소 가운데 실용성이나 장식성에 앞서 사회성이 가장 중시되는 것도 국민 일반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군인, 경찰, 해경, 소방공무원 등의 제복이 대표적인 사례로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 여객기의 기장과 승무원, 여객선 선장과 승무원이 다를 리 없다. 이들 각 직역의 제복은 그 자체가 안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속옷 선장’, 그 선박직은 진도해상관제센터와 교신하면서 “해경 오는 데 얼마나 걸리겠는가” , “지금 탈출하면 구조할 수 있는가” 라고 묻고는 경비정 도착을 기다려 전원 탈출에 성공한다. 승객을 사지에 남겨두고 자신들의 구조만을 그토록 호소한 것이다. 이는 분명 제복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겠다. 세월호 사고는 제복의 의의와 그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모든사람들은 선장이란 직함은 사고 선박과 운명을 함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