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정 / 前 imbc 사장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장장 7시간에 걸친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 끝장토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규제는 정부의 판단, 이익집단의 압력이나 로비, 정치적 이유 등 다양한 배경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어떤 목적으로 생겨났건 규제는 결과적으로 공무원의 ’먹이사슬 연결고리’로 변질된 경우가 많았다.     산업부 퇴직자 69명이 지금 협회나 공기업 임원으로 재직한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이런 현상은 기재부, 교육부, 문체부, 국토부 심지어 감사원까지 거의 모든 정부부처의 오랜 관행이다. 규제와 감독권이 얽혀진 부산물이다. 오죽하면 민간단체는 퇴직공무원의 노후 안식처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겠는가. “규제는 암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외치는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규제의 꿀맛에 익숙해진 공직사회에 과연 얼마나 먹혀들지 정말 걱정이다. 규제개혁 회의에서 현직 장관마저 규제 때문에 “우리도 정말 미치겠다”고 하소연할 정도인데 하물며 민원인은 어떻겠는가.  끝장토론에 이어 후속 조치와 아이디어들이 속속 나온다. 규제개혁신문고, 규제 감축 및 규제비용 총량제, 규제 일몰제, 개정된 법을 무시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제재 등 다양하다. 성공적인 규제개혁을 바라는 충정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당장 규제개혁 마스터플랜과 세부 실행계획부터 세우고, 모든 인허가 관련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금지 항목 외에는 모두 허용하자. 규제폐지 목표도 최소 30% 이상으로 확대해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규제개혁에 나서도록 하자. 인허가 관련 규제 중 꼭 존속시켜야 할 것들은 그 이유와 시한을 밝혀, 전면적인 재정비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시대변화에 맞고 꼭 필요한 규제만 남겨두라는 것이다.  둘째, 모든 인허가 업무를 원스톱(One-stop) 처리 방식으로 바꾸고 처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원스톱 창구는 정부 각 부처와, 시·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한 곳씩만 개설하자. 인허가 민원서류는 우편과 인터넷 접수를 원칙으로 하자. 인허가 신청 민원인의 관청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자. 자료 보완은 인터넷과 우편 이용을 원칙으로 한다. 어느 쪽 필요 때문이든 공무원과 민원인이 직접 만날 경우는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면담 내용을 육하원칙에 맞춰 문서로 남기도록 의무화 하자. 인허가 민원은 처리과정을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로 중계하듯 민원인에게 알려주자. 배송과정을 전화문자나 인터넷으로 실시간 통보하는 국제소포 처리 방식처럼 말이다. 거부된 인허가는 감사원에도 동시에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적법한 업무처리 여부를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 담당자가 법적 근거도 없이 늑장을 부리고, 주민의 민원(民怨)을 핑계로 법적 하자도 없는 인허가 처리를 무작정 미루거나 거부하면 민형사(民刑事)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원스톱 방식 민원처리는 공무원들의 업무 재배치를 통한 인력운용의 효율성도 크게 높여 줄 것이다.  셋째,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적어도 연 2회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공개토론 방식으로 갖기 바란다. 여기서는 공장 신설, 고용 창출 등 규제개혁 효과도 적극 알리자.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고 규제남발을 견제하는 효과가 클 것이다.   넷째, 대통령은 규제의 악폐(惡弊)를 체험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경험담을 지속적으로 듣기 바란다. 규제의 해악과 공직자들의 규제에 얽힌 비리와 부정, 직무유기와 태만의 실상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비밀이 보장되면 효과도 클 것이다. 직접 들어보아야 규제에 얽힌 경악(驚愕)할 현실들을 알 수 있다.  다섯째, 모든 인허가 업무는 거부하거나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경우, 그 이유를 결재라인의 실무자부터 책임자까지의 명단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함으로써 인허가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바란다.   여섯째,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규제와 감독권의 먹이사슬’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자. 지금도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에 대한 제어장치는 있다. 그러나 길거리 강아지도 웃을 일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은 엄격한 기준으로 규제, 관리돼야 한다. 이런 규제가 바로 좋은 규제다. 퇴직 공무원의 공기업이나 민간부분 재취업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으로 길을 열어주면 된다.   끝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담은 국회의 의원입법은 전문가집단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대통령이 단호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또 의원입법의 배후에 숨어 있는 공무원은 엄중하게 제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규제공화국’이다. 규제의 칼을 쥐고 있는 공무원에게 규제는 마약이다. 규제개혁은 마약을 끊는 일이다. 그래서 ‘혁명’하듯이 몰아붙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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