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행태가 가관이다. 국내의 큰 아들은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의 자녀들은 잠적했다. 검찰이 구원파 총본산인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 진입을 시도했지만 교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뒤에 숨어 시간을 끌며 증거를 인멸하고 말을 맞추려는 것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16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자녀들이 소환통보를 무시하자 유 회장을 부른 것이다. 유씨 일가의 출석 거부는 비겁하고 추악한 짓이다.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 배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이 유 전 회장의 계열사인 것으로 드러났고, 유씨 일가의 회사 경영 전반에서 방대한 범죄혐의가 불거졌다. 갖가지 방법으로 회사 돈을 횡령하고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국내외에 은닉했다. 범죄의 중류도 배임, 횡령, 탈세 등 십여 가지에 이른다. 이런데도 국내의 장남은 출석을 거부했고 미국의 차남과 장녀도 소환에 불응,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자녀들이다. 당초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등 실질적으로 경영을 주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검찰에 출두하여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빌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청해진해운은 무책임과 탈법의 전형을 보여줬고, 유씨 일가의 계열사 운영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불응한 채 잠적하여 시간을 끄는 것은 희생자와 그 가족을 우롱하고 능멸하는 짓이다. 잘못이 없다거나 억울한 게 있다면 수사당국에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 검찰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신병을 확보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유씨 일가가 금수원에 숨든 미국에서 잠적했든 반드시 체포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국민들은 해경의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엉터리 초기 수사에 충격을 받았다. 측근 몇 명 구속한 것도 중요하지만 몸통의 실체와 범죄를 확실하게 드러내는 게 수사의 요체다. 검찰이 유씨 일가 및 계열사 핵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