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 전 건설교통부장관 과거 민주화 이전 시절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만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주요 공직자는 대부분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대통령, 국회의원에 더해 광역시장·도지사, 시장·군수, 시·도·군 의원과 교육감까지 선거로 선출한다. 이에 따라 선거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2년마다 선거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올해 지자체 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선거가 없으나 2016년에는 국회의원 선거, 2017년에는 대통령 선거, 2018년에는 지자체 선거가 있다. 2016년부터 3년간은 매년 선거가 있다. 선거가 잦다 보니 보궐선거도 많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고 지자체장 사퇴하고, 도지사에 출마하려고 국회의원 사퇴하는 등으로 보궐선거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에는 드문 우리나라만의 사례다.선거가 적었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국정 운영을 행정부가 주도했다. 국민의 표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행정부 공무원들은 정책 입안 시 국제경쟁력이나 효율성을 중시했다. 정책 결정과 추진도 신속했다. 그와 같은 정치 환경이 우리나라가 그동안 빠른 성장을 하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등 선거직 공직자의 영향력이 커졌다. 예컨대 의원입법이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에는 의원입법이 정부입법을 10배 이상 능가하고 있다. 국정 운영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고 직업 공무원들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그러나 선거직 공무원들은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당장의 인기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책에 치우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그들은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국민이 듣기 좋아하는 공약을 하게 되고 싫어하는 이야기는 기피하게 된다. 또한 정치는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 1인 1표이기 때문에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중시하게 된다.특히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면 표를 더욱 의식하게 돼 포퓰리즘적 공약을 남발하게 된다. 예컨대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소위 택시법을 행정부가 반대했음에도 국회에서 택시업계 표를 의식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초·중·고 무상급식도 당초 경기도 교육감 선거 공약에서 시작된 것이 2010년 지자체 선거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는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여야 막론하고 주요 공약이 됐다. 무상보육확대, 고교 무상교육 도입, 노인수당 20만원 지급 등 공약이 추가됐다.올해 실시되는 지자체 선거에서도 각종 포퓰리즘적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경기도 어느 야당 도지사 후보는 무상버스를 공약하는 등 수많은 지자체 선거 후보자들이 갖가지 선심성 공약을 하고 있다. 또한 선거가 있으면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정책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필요한 개혁도 못하게 된다. 공기업 개혁과 각종 연금 개혁을 할 경우 기득권층의 반발이 우려되는데 선거 때 제대로 개혁이 추진되겠는가?선거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선거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선거를 할 때마다 인기 영합적인 복지증대 대책이 추가되고 필요한 개혁은 지체될 것이다. 이럴 경우 앞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 국가부채는 급속히 증가하고 성장 능력은 계속 저하될 것이다.합리적인 정책이 추진되려면 국민이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치인이 가급적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정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거나 최소한 2회 이내로 줄이도록 개혁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지만 포퓰리즘이란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국가의 발전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