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끌어온 삼성전자의 백혈병 공방이 막을 내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소송을 모두 철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삼성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세상을 떠났다”면서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과 피해자 간 공방과 갈등은 봄눈처럼 녹아내리게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산재 논란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오랜 법정 공방으로 이어온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논란은 2007년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 직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됐다. 그간 10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소송 당사자 14명 중 7명은 세상을 떠났다.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삼성이 이번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용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는 전향적 자세로 평가된다. 문제는 다른 기업이다. 산업 현장 곳곳에 ‘산재 폭탄’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숨진 사람은 9만1824명에 이른다. 사망자만 1929명이다. 근로자 1만명당 안전사고 사망자도 0.71명으로 일본 0.22명, 독일 0.18명, 영국 0.05명에 비하면 3∼14배나 많다. 후진적 산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탓이다. 사고를 줄이려면 근로자의 안전을 비용으로 계산하는 기업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눈앞의 비용과 효율만 중시하는 풍토에선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하다. 허점투성이의 정부 안전대책도 손질해야 한다. 현재 산업안전감독관 1명이 맡는 사업장은 4600곳이나 된다. 안전점검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시급히 고쳐야 할 과제다. 삼성의 이번 사과는 산업안전 후진국의 오명을 벗는 첫걸음으로 삼아야 한다. 먼저 기업 스스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이든 선박이든 안전 없이는 지속적인 안전운항을 도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