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 숭실대 명예교수   세월호 참사가 선진국 진입을 갈망하던 우리에게 안긴 건 엄청난 충격과 국제적 망신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가장 후진적인 형태의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낡은 선박의 선체 증축, 과적, 평형수 빼기 등 세월호 그 자체의 문제점은 말할 것도 없고 돈만 알고 안전은 뒷전인 부실 선박회사와 선주,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해놓고 배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은 살인자나 다름없다. 그들은 직업윤리는 고사하고 인간적 도리마저 망각했다. 그런 선박을 운항하게 하는데 협조한 관련기관도 세월호 침몰을 도운 공범이다.  1970년대 이후 겪었던 사고를 되돌아보라. 와우아파트 붕괴(33명 사망, 1970), 서울 대연각 화재(163명 사망, 1971), 이리역 폭파(59명 사망, 1987), 부산 구포역 열차전복(78명 사망, 1973), 서해 훼리호 침몰(292명 사망, 1993), 성수대교 붕괴(32명 사망, 1994)대구지하철 공사장 도시가스 폭발(101명 사망, 1995), 삼풍백화점 붕괴(502명 사망, 1995), 씨랜드 화재(23명 사망, 1999), 인천 호프집화재(52명 사망, 1999), 대구지하철 참사(192명 사망, 2003)는 모두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와 수도권 전철 300m 역주행 사고도 규정대로 점검과 수리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했다. 세월호와 닮은꼴 사고다.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은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연안 여객선들은 안전한가. 원전(原電)은 어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과적트럭, 시내외를 질주하는 택시와 입석버스, 부실공사와 부실관리, 막혀있는 비상구, 작동 안 되는 소화전 등등.  소득이 높다고 선진국은 아니다. 선진사회는 옳은 걸 옳게 하고 잘못된 걸 바로 잡는 사회다. 경제와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시대변화에 맞게 제도의 개선과 이에 따른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변화해야한다. 제도개선과 국민의 생각이 같이 가야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를 잘 만들어 놓아도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세월호 참사의 직접원인은 세월호 선주와 선원, 관련기관이지만 간접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결코 세월호 관계자의 죄를 가볍게 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법과 질서 경시현상, 규정과 원칙을 무시하는 적당주의, 공직사회의 비리, 정부의 무능, 안전은 뒷전으로 밀쳐놓고 국가임무를 복지확대로 착각하며 경쟁한 정치에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는 일부 언론도 한심하다. 민간잠수사를 사칭하며 유언비어를 퍼뜨린 얼빠진 사람과 "다이빙 벨 만능"을 주장한 엉터리를 방송에 출연시켜 결과적으로 사태수습을 지연시키고 실종자가족을 우롱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선동에 이용하는 자들의 작태도 우리를 분노케한다. 유가족의 아픔은 어찌하라고 정부가 `일부러 구조를 안 하고 있다`거나 미국잠수함에 충돌했다는 유언비어도 날조한다. 전교조는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세월호 사고를 키웠을지 모른다는 식으로 왜곡하며 박근혜정부의 무능이 학생들을 타살했다고 한다. 교육자들의 이런 반(反)교육적 행태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부의 무능은 사고현장의 지휘체계와 현장대응, 사태수습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고 책임도 져야한다. 하지만 대통령 하야까지 요구하며 국가적 불행을 정치선동에 이용하는 건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 맞지 않은 일이고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는 일도 아니다. 고귀한 생명들이 스러졌는데 이를 정치쟁점화 하는 건 살아있는 자들의 도리일 수 없다. 정부의 책임이 무겁다는 것과 정치쟁점화는 다른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이런 참사를 겪고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공직사회의 비리부터 도려내야한다. 직업윤리?기업윤리를 더욱 강조하자. 하나마나 한 뻔한 이야기라고 하지 말라. 기본은 원래 뻔한 이야기다. 우리가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사고가 아닌가. 정치인과 공무원, 기업인과 국민 모두가 거듭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호는 침몰한다. 치미는 분노를 발전의 에너지로 바꾸어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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