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 언론인친구 = 친척이 안산에서 식당한다고 했지? 요즘 타격이 좀 있겠네?나 = 응, 손위동서가 단원고에서 그리 멀지 않은 먹자골목에서 밥집을 하는데, 손님이 부쩍 줄었다네. 식당만이 아니라지. 동서가 나가는 헬스클럽에도 전만큼 사람이 없고 부근 대형 마트도 한산하다는 거야. 장사 안 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래.친구 =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았는데, 가게 간판 내릴 집 많아지겠네. 식당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 가슴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원래 그런 데가 제일 먼저 영향을 받잖아?나 = 그럴 정도까지야 될라고?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데. 곧 정상으로 돌아가겠지.친구 = 무슨 소리야? 한은총재도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경제가 걱정이라고 그랬어. 전에는 대형사고로 소비가 침체돼도 한 두 달이면 회복됐는데 이번에는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이야.나 = 길어진다면 얼마나 길어질까? 세 달이면 한 분긴데 세 달 이상 갈까? 1년의 4분의 1 이상 침체가 계속되면 올해 경제도 말하나마나겠네. 올핸 좀 나아질 거라고 하더니만 유병언이 일가가 한국경제도 침몰 시키는 거야? 친구 = 통계엔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는 거 아니야.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를 했더니 레저업쪽 신용카드 승인액은 참사가 벌어진 4월 16일 이전 15일 동안에는 전년 동기보다 12.9% 증가했지만 참사 이후 15일 동안에는 3.6% 줄었어. 요식업종도 12.7%에서 7.3%로 증가율이 떨어진 걸로 나왔지. 이게 오래가면 내수가 줄어드는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그러면 경기회복세가 고개를 푹 꺾게 되는 거야. 퇴직금 털어 장사판 나선 사람들 고개도 푹 꺾이는 거지.나 = 하긴, 우리 아파트 상가에 치킨집 두 개 있었는데 나중에 차린 곳은 몇 달만에 문 닫고 그 자리에 젊은 부부가 간판 예쁘게 만들어 붙이고 반찬가게 열었는데 잘 됐으면 좋겠어. 원래는 부동산이 있던 자린데 간판이 자주 바뀐 걸 그 부부가 아는가 몰라. 친구 = 알아도 했겠지.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할수록 그럴 걸. 남들 눈에는 다 보이는 문제도 급한 사람에게는 안 보이잖아. 그나저나 이 소비침체, 경제문제 어떻게 풀어가나.나 = 정답이 있겠어? 사회 구석구석이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경제도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기다리는 거 말고 뭐가 있겠어.친구 = 그런 말은 누구도 하겠다. 기다리자는 말이 아니라 이젠 우리 모두 제자리로 돌아갑시다라는 말이 지금 필요하다고. 설령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해도 말이나마 그렇게 해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고 자신 있게 할 사람 없나?나 = 대통령 담화 기다리는 거야?친구 = 담화든 기자회견이든 그런 걸 통해서라도 뭘 밝혀야겠지. 경제에 대해서 말이야. 그런데, 난 대통령이 이왕에 담화를 발표할 거라면 내가 먼저 바뀌겠습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국가안전관리제도 바꾸고 관료체제 개편하고 뭐 그런 내용을 담는다고 하는데 그 전에 대통령이 이런 것들이 제대로 바뀌어지도록 우선 내가 먼저 달라지겠습니다고 밝히라는 거지. 나 = 맞아. 만기친람하는 거,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거, 율사들과 관료들을 중용하는 거, 그 사람들이 받아쓰게만 하는 거, 이런 것들 고치겠습니다고 하면 담화 발표 효과가 커질 걸. 설령 그런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국민들에게 제가 이런 인상을 드린 것이 잘못이니 이 잘못을 바로잡겠습니다고 말하고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여만 줘도 큰 성과를 얻을 걸?친구 = 그거 전부 여태 우리가 했던 말인데? 그나저나 우리는 뭐 달라질 거 없나? 국민도 변해야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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