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 언론인친구 = 대통령 담화 어땠어? 그 정도면 된 거 아닌가? 해경 해체하고 행정안전부와 해수부 축소하고, 공무원 특혜 줄이고…. 방향은 잘 잡은 거 같지? 실천이 따라야겠지만 말이야.나 = 대통령이 나부터 바뀌도록 하겠습니다란 말을 안 한 게 좀 아쉬워. 책임을 진다고 했으면 스스로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는 말이지. 친구 = 그건 그렇고, 대기업 임원 연봉이 또 공개된 거 알아? 삼성에 올 1분기 세 달 동안 96억원을 받은 사람이 있대.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하냐? 나 = 어떻게 생각하긴. 받을 만하니까 받은 거겠지. 뭐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친구 = 난 그런 고액 연봉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 윤리적으로도 정당하지 않다고 봐. 나 = 경제적, 사회적, 윤리적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걸 보니 공부를 좀 한 모양이네?친구 = 경영학 책에 일정 수준을 넘어선 보수는 업무능력이나 개인적 행복과 큰 상관이 없다는 내용이 있어. 그 일정 수준을 10억으로 치자. 지금 10억 받는 사람이 100억을 받는다고 일을 10배 잘 하게 될까? 10배 더 행복해질까? 그게 아니라는 거지. 나 = 연봉 10억이면 웬만한 개인적 필요는 충족시키겠네. 자녀 교육, 결혼 제대로 시키고, 소비생활 최고급으로 하고, 노후도 모양나게 보내는데 그 정도면 될 걸. 미술품이나 보석 컬렉션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말이야.친구 = 보수를 많이 주는 이유는 뭘까. 그 사람을 경쟁기업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일을 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성과를 내도록 자극하기 위해…. 뭐 이런 것들이겠지. 그런데 내가 말한 일정 수준의 연봉으로는 이런 효과를 못 얻을까? 연봉 10억 준다고 그 사람들 일을 지금보다 덜 할까? 연봉 10억이 작다고 불평할까? 그건 아니겠지. 기업은 그만큼 덜 준 연봉으로 법인세 더 내고 배당을 더 하는 게 낫지 않나? 연봉을 많이 받는 만큼 개인은 소득세를 많이 내겠지. 하지만 소득세를 더 많이 낸다고 해서 100억 가까운 연봉으로 인해 발생된 위화감은 상쇄되지 않지. 왜 연봉으로 많이 줘서 서민들이 좌절하고 심지어는 분노까지 일으키는 위화감이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야. 나 = 고액 연봉에는 사회적 정당성이 없다는 말이 그 말이냐?친구 = 더 중요한 게 있지. 삼성의 예를 들어보자.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에게는 안됐지만, 그 양반 삼성 지분이 2% 정도라며? 그 2%로 삼성을 경영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 양반은 나머지 98% 주주로부터 경영을 위탁받은 대리자겠지? 대리자일 뿐인 사람이 주주의 돈, 국민의 돈을 자기 마음대로 고액 연봉으로 지급한다고 봐야하는 거 아니야? 그건 정당하지 않지. 사회적 윤리적으로 옳은 게 아니지. 아까 말한 것처럼 연봉을 줄 것이 아니라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게 공정하고 정당한 게 아닌가?나 = 김연아나 추신수, 또 유명 연예인들 소득은 그보다 더 많잖아? 그건 시비 안하면서 대기업 임원 연봉에는 찍짜를 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말이 있어. 친구 = 김연아가 돈 번데 대해 국민적 위화감이 있나? 우리가 십시일반 돈 모아 김연아에게 투자했나? 김연아가 우리를 대신해 스케이트 탔으며, 우리랑 나눠야 할 돈을 혼자 가졌나? 나 = 맞는 말 같군. 그런데 진짜 물어보자. 삼성은 왜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 것 같으냐?친구 = 난들 아냐. 하지만 이런 생각은 들어. 추측인데, 비밀보호, 삼성의 최고급 영업비밀을 공유하고 지켜주는 대가가 그 만큼의 고액연봉이 아닌가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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