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년 간 역사 속에 24번째 주인공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류현진(27·LA다저스)의 퍼펙트 게임 달성이 6명의 타자를 남겨두고 무산됐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4일 휴식 후 등판과 홈 경기 징크스라는 이중고 앞에 선 류현진은 어느 때보다 위력적인 투구로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최고 구속 95마일(153㎞)에 이르는 빠른 공의 위력이 돋보였다. 묵직한 직구는 신시내티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에 꽂혔다. 빠른 공이 통하면서 커브 등의 변화구까지 힘을 얻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중심 타선을 상대한 2회도 세 타자로 마무리했다. 삼자범퇴 행진은 예상을 깨고 7회까지 이어졌다. 21명의 타자 중 1루를 밟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심스레 퍼펙트 게임이라는 대기록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었다. 퍼펙트 게임은 투수가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책으로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이긴 경기를 말한다.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5000여 팬들은 류현진이 7회초 2사 후 브랜든 필립스를 투수 땅볼로 처리하자 기립박수로 기운을 불어줬다. 1869년 출범한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투수는 단 23명 뿐이다. 아시아인에게는 단 한 차례도 허락되지 않았다. 다저스 소속으로는 1965년 전설적인 투수 샌디 쿠팩스가 마지막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대기록에 6명의 타자만을 남겨둔 류현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류현진은 4번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퍼펙트 게임과 노히트 노런 모두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최초 2경기 연속 노히트 경기 도전도 함께 막을 내렸다. 덤덤히 마운드를 지키던 류현진의 얼굴에도 잠깐이지만 표정의 변화가 감지됐다. 류현진은 이후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완봉승이 좌절된 뒤 브라이언 윌슨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에 앞서 1-0의 근소한 리드를 지키던 다저스는 7회말 자니 쿠에토를 두들겨 3점을 뽑아냈다. 4점의 리드는 심리적으로는 류현진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구위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류현진은 7회 팀이 3점을 뽑는 과정에서 3루수 실책을 유도해내며 타점을 올렸다. 디 고든의 내야 땅볼로 2루를 밟은 뒤 칼 크로포드의 2타점 2루타 때 직접 홈까지 뛰어야 했다. 주루 플레이를 소화한 뒤 8회 수비에 나선 류현진의 구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7회 다저스의 공격이 길어지면서 어깨가 식은 것도 투구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류현진의 최종 기록은 7⅓이닝 3피안타 3실점이다. 비록 전설 반열에 오르는데는 실패했지만 안방 징크스 탈출이라는 수확을 챙겼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7이닝 퍼펙트 행진으로 17이닝 연속 노히트라는 쉽지 않은 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25일에는 폴 마홈이 마지막 1이닝을 안타 없이 막았고 전날에는 조시 베켓이 개인 첫 노히트 노런으로 기록 연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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