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기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새누리당은 이미 9월3일 본회의 소집 및 안건 처리, 9월15~1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9월17~23일 대정부질문, 9월25~10월14일 국정감사 등의 자체 의사일정을 짜놓고 새정치민주연합에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천길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 날 판국이다.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일단 1일 개회식에만 참석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과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위해 소집한 본회의에는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보도이다. 안건들이 급하게 처리를 서둘러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새정치연합은 정기국회가 열리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비상행동’은 당분간 이어갈 계획이다. 김현미 전략홍보본부장이 “특별법 제정 비상행동과 국민 안전현장 방문, 정기국회 참여를 병행하는 ‘3가지 트랙’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야당의 입장을 모르는바 아니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호응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당내 온건파들의 눈치없는 압박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얻은 것 없이 `회군`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명분이 없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압박이 더 강화되고 있다. 여론 흐름이 야당의 장외투쟁에 부정적이라고 판단한 새누리당에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등원명분`이 아쉬운 새정지연합을 향해 명분을 찾기보다 국민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책임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이라는 야속한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과거 집나간 야당에게 돌아 올 명분을 주곤하던 여당의 너그러운 모습이 아니다.문제는 여당이 이기느냐 야당이 이기느냐가 아니다. 국회가 제 할 일을 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경제입법과 민생입법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여야의 기 싸움으로 허송세월해서야 되겠는가. 세월호 특별법이 대통령의 약속이었던 만큼 여당도 꽁무니를 뺄 일이 아니다. 그만했으면 야당과 머리 맞대고 절충안을 만드는 정치력을 구사할 때도 됐다. 정치가 타협과 양보의 기반 위에 성립한다면 여야는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도 각자 한걸음씩 물러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국민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져 가고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