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학생이 가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친구는 공부를 꽤 잘한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던 학생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당시 6등급 정도로 공부를 정말 안 하던 학생이었다. 게임도 하고 노래방도 다니고, 공부에는 관심이 영 없던 편이었다. 꿈도 희망도 없었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아이가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수학 성적에 변화가 많이 있었다. 이과를 지망했었지만, 공부를 워낙 안 하던 편이어서 예습도 안 되어 있고 연산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점점 공부를 알아가며 아이는 우등생으로 변모해갔다. 성적이 6등급에서 3등급으로 껑충 뛰고, 그다음 또 1등급까지 오르면서 아이는 자신감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학만큼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 과목에 자신이 생기자 다른 과목으로 천천히 그 비중을 늘리면서 조금씩 공부를 해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지 않은가?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감에 아이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학이 1등급이면, 다른 과목도 1등급이어야 한다는 압력은 아이를 점점 멍들게 했다. 부모님은 아이에게 단시간에 더 큰 효과를 가져오기를 바랐고, 아이는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그 부담감은 아이를 어긋나게 만들기 시작했다.아이는 점점 공부를 피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나오는 것보다는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잘 안 나온다는 핑곗거리가 필요한 것 같았다. 열심히 했는데도 제 자리이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온 것 같은데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변명의 여지를 만드는 것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었던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아이는 책을 내려놓았다. 다시 PC방에 다니고, 공부를 안 하면서 예전의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연히 부모님의 잔소리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중간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기다림과 인내인 듯 하다.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야, 잘한다. 멋지다!”라는 말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걸 잘하지 못해도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넉넉한 마음도 말이다. 아이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너무 성급하게 성과를 기대하고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자도 처음 교육에 발을 디뎠을 때는 아이들에게 호통치고 급한 성격 그대로 뭔가 성과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아이를 만날수록 기다리고 믿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3년을 기다리니, 아이가 변화하고 정말 완벽하게 공부에 적응하는 학생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김치처럼 공부도 묵어야만 한다. 당장 성적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이 있으면 칭찬하자. 그리고 조금 못하는 과목이 있더라도 격려하고 기다리자.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