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유행어(流行語)가 된 적이 있었다. 정부는 국민을 손님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주민을 손님으로 보고, 공기업은 사용자를 손님으로 보고, 농축산업자와 사기업(私企業)은 구매자(購買者)를 손님으로 보고, 또 각종 점포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고객을 손님으로 보고, 이 모든 손님을 왕처럼 대접(待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비결을 일러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왕 대접을 받아야할 국민들이 왕 대접은커녕 봉(鳳)이 되어 시련을 당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실패와 낙하산인사. 선심행정 등의 원인(原因)으로 거들 난 금고(金庫)를 가장 손쉬운 세금인상으로 채우고, 공기업들은 방만 경영과 성과급잔치 부실경영 등으로 발생한 적자(赤字)를 공공요금 인상으로 메우고 있다. 한편 사기업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내수경기부진으로 줄어든 수익을 상품가격인상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물가인상대책은 소비자인 국민을 봉으로 보는 처사(處事)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 공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을 통해서 방안(方案)을 찾아야 된다. 경영 잘못으로 발생한 적자를 세금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면 당장은 난제(難題)가 풀리는듯해도 결국은 전체적인 소비활동 위축으로 내수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총체적인 난국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세금을 계속 올려도 나라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공공요금이 올라도 서비스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교육비가 하늘을 찌르지만 교육의 질은 떨어지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수도권의 지자체를 선두(先頭)로 대중교통요금. 수도요금.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까지 인상을 적극추진하고 있어 전국으로 확산(擴散) 될 전망이다, 정부에서 지방의 상, 하수도 경영합리화 추진계획을 통해 지자체에 배 놔라 감 놔라 하고 있어 문제다.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에 이어 공공요금까지 잇달아 오르면 저금리 정책과 장기불황(長期不況)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될 뿐 아니라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서민들은 날벼락 그 자체일 것이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돈을 푼다고 하면서 지방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경기회복(景氣恢復)에 엇박자가 날 수도 있다. 대구지역 노약자와 학생과 저소득층들도 대중교통요금 인상으로 봉이 되어 차디찬 물바가지를 뒤집어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은 노약자와 학생과 저소득층의 불가피(不可避)한 생활수단이다. 대중교통요금 인상은 이들에게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愼重) 해야 된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121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부채중점관리지방공기업으로 지정됐다.  또 금년 초에 지하철요금 인상안을 대구 시에 냈다가 당시 김범일 시장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다고 질책(叱責)하고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자 말자 경영 개선도 없이 똑 같은 인상안을 받아들여 안전행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내버스요금 인상도 들먹거리고 있다. 시내버스 준공연제 도입 후 시에서 버스업체의 운송적자를 보전해주는 재정지원금이 해마다 올라 금년은 900억 원이 넘는 시민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요금도 오르고 시 지원금이 올라도 서비스 개선은 없다. 이용자는 말 그대로 봉이다. 손님을 왕 대접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광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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