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경고하는 그림을 담뱃갑에 넣자는 정부안이 무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건강증진법 개정안에서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엄청난 짓을 했다. 담배제조에서 판매와 관련된 업체들의 로비가 먹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러니 국회가 욕을 먹는다. 가장 부패한 집단, 절대 본받아서는 안 되는 사회계층이 국회의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판을 받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서 흡연 경고 그림도 함께 넣자고 했으나 여야 합의로 담뱃값만 올라가게 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 여야 간사인 이명수 의원과 김성주 의원은 예산과 관련 없는 경고 그림 조항은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되는 건강증진법에서 빼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얄팍한 법지식을 내세워 국민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에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3조2000억 원이나 된다. 그런데도 국회는 담뱃값만 올리고 흡연경고 그림을 뺀 것이다. 국민건강은 뒷전이고 세수만 늘리면 된다는 검은 속셈이다. 경고그림의 금연 효과가 두려워 담배소비가 감소하지 않도록 하려는 검은 속셈이 보인다. 하기는 담배소비가 줄지 않아야 담뱃값인상을 통한 증세효과가 가능해진다. 한국은 2013년 성인남성 흡연율은 42.1%에 이른다. 캐나다 성인은 1년에 1인당 평균 809개비를 피우지만 한국 성인은 1958개비를 피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심각한 만큼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흡연 경고그림을 넣는 정도는 서둘러야 한다. 흡연 경고그림은 이미 세계 70개 국이 도입했다. 캐나다는 2000년부터 흡연으로 손상된 심장사진, 폐암환자의 처참한 모습 등을 담뱃갑에 넣었더니 6년 만에 흡연율이 22%에서 18%로 하락했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 흡연율은 같은 기간 9%포인트나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를 왜 우리 국회는 가로막고 방해하는가. 우리 국회는 지난 2002년 이후 9차례에 걸쳐 경고 그림을 넣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발을 걸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세수감소 우려가 작용했다지만 그럴수록 국회는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정부는 겉으로는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서 속으로는 세수 감소를 더 걱정하고 있으며 담배회사의 집요한 로비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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