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행이 나쁜 사람을 가리켜 ‘개 같은 놈’이라고 욕하지만 실상 개도 성폭행은 안한다. 그런데도 교수, 현직 판사, 국회의원, 전직 국회의장에다 이제는 아예 학교 차원의 조직적인 성범죄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비윤리적 행태야 지역의 동서남북을 가릴 일이 아니지만 성추문의 경우 유독 영남권 출신 의원들이 자주 걸려든다. 새삼 들춰서 미안하지만 포항의 김형태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제수 성폭행 시도 의혹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고, 법무장관까지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골프장 캐디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최근 경남 창원시의회에서는 시의원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그쪽 지방이 시끄럽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경북의 심학봉 국회의원이 성추문 정치인 리스트에 올랐다. 우선 심 의원과 한 여성이 대구의 한 호텔에서 차례로 들고나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한 여성이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진술을 번복했더라도 ‘성관계가 있었다’는 점이 변함없고 또 ‘30만원이 건네졌다’는 점도 분명히 언급된 상태다. 성폭행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회상임위 활동을 제쳐두고 버젓이 호텔로 여성을 불러들인 건 지탄받아 마땅하다. 동물의 세계에서 사랑의 행위는 생식의 과정이고, 자신의 씨를 남기려는 종족 번식의 피말리는 싸움이다. 종종 번식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처절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잠자리의 경우를 보자. 얼핏 보기에 다정하게 붙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처절한 생식본능의 몸부림이다. 수컷잠자리의 생식기에는 주걱처럼 생긴 기관이 있어서 그것으로 암컷 질 속의 다른 수컷 정액을 죄다 긁어낸 뒤에야 사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마친 뒤에도 자기 씨 외의 다른 씨를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암컷에 붙어 다닌다고 한다. 수컷 가운데 번식과 관계없이 섹스에 미치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으슥한 밤길에서 여자를 덮치거나, 깊은 밤중에 남의 집 안방을 침범하는 것은 번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주체할 수 없는 색욕 때문이다. 심 의원은 사건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외간 여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고 그것이 강압적인 성추행이 아니라 화간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사결과 혐의가 없다고 발표한다. 법률전문가들도 성인 남녀가 좋아서 한 관계는 죄가 아니라는 견해다. 하지만 심 의원이 낮술에 취해 호텔에 투숙한 뒤 평소 친분이 있는 여성을 불러들인 7월 13일은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전이었는가 하면, 국회에서는 심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면 달라진다. 헌법기관으로서 막중한 의무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는 국회의원 윤리강령 제1호를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것인가.남성의 정액 속에는 여성보다 6배나 많은 성충동호르몬이 설치고 있다 한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연구팀에 의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뇌의 충동 조절 부위에 손상을 주고 있다 하고 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뇌의 부위도 남성이 여성보다 2.5배나 크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BBC방송이 발행하는 잡지 ‘포커스(Focus)’에 세계 35 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한국인이 ‘색욕(Lust)’ 이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인들이 각종 포르노그래피에 지출한 금액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그 이유요 증거라 한다. ‘남자는 개 아니면 애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지만 어른이 된 남자들의 도덕적 규범이 이렇게 미숙해서야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로마가 망한 것이 귀족층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욕정의 노예가 됐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