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인 21일 기찻길에 누운 10대 지적장애인을 구하려던 경찰관 1명이 기차에 치여 숨지고 또 다른 경찰관 1명이 크게 다쳐 동료들이 슬픔에 잠겼다.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소속 이기태(57) 경위와 김태훈(45) 경사는 21일 오전 10시경 한 여관 객실에서 누군가가 물을 뿌리며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함께 출동했다.출동한 2명의 경찰관은 여관에 있던 자폐증이 있는 10대 지적장애인 김모(16)군을 진정시키는 한편 부모와 전화통화를 했다.김군 부모는 “당장 데리러 가기 어렵다”며 “경주와 가까운 울산까지 기차에 태워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불국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김군은 또 물병을 들고서 다른 승객을 상대로 난동을 부려 김군을 기차 편으로 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경위 등은 순찰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울산시 북구 신천동에 들어설 무렵 김군이 소변이 마렵다고 해 차를 세웠고 차에서 내린 김군은 느닷없이 인근 철길로 뛰어들어 드러누워 버렸다.부산에서 경주 방면으로 가는 화물열차가 들어오던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이 경위 등은 절박한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김군을 향해 철길에 뛰어들어 결국 열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이 사고로 이 경위와 김군 등 2명은 숨지고, 김 경사는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사고 지점은 철길이 굽어져 기관사가 철길 위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다.동료들은 두 경찰관 모두 평소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근무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이 마침 경찰의 날이어서 사고 소식을 접한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한층 더하다.이 경위는 정년퇴직을 3년가량 남겨 두고 있었다. 경주경찰서와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찰의 날 기념행사, 회식 등을 축소했다.경북지방경찰청은 유족과 장례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동료 경찰관은 “경찰의 날,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분위기가 숙연하다”며 “인명을 구하려다가 당한 사고여서 슬픔이 더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