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등정(登頂)보다 새 루트를 개척하는 등로(登路)주의를 추구해온 진정한 산악인이었다”네팔 히말라야를 등반하다 숨진 고(故) 김창호 대장과 대원 4명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17일 김 대장의 모교인 경북 영주제일고에 차려졌다.영주시산악연맹과 영주제일고가 마련한 합동분향소에는 이철우 경북지사, 장욱현 영주시장, 시민, 학생의 발길이 하루종일 이어졌다.이철우 경북지사는 히말라야 등반 도중 눈 폭풍에 휩쓸려 사망한 김창호 대장을 포함한 5명의 원정대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이 지사는 “경북이 낳은 위대한 산악인을 잃게 되어 아픔이 매우 크다”며 “고인의 도전정신과 진취적 정신을 후배 산악인들이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조문하러온 영주지역의 한 산악인은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영주시산악연맹 관계자를 붙잡고 “너무 보고 싶다. 훌륭한 산악인을 잃었다”며 오열했다.안태일 영주시산악연맹 전무는 “고인은 고교 시절 가끔 소백산을 오르는 정도였고 공부만 했다. 본격적인 등반은 대학 진학 후부터”라고 전했다.안 전무는 “올해 초 만났을 때 김 대장이 ‘남들보다 늦게 가정을 꾸려 앞으로 몇번만 산에 더 가고 후배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그러면서 “그는 산악인이 아닌 등반가로 남고 싶어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인공산소를 쓰지 않고 새 루트를 개척했다”고 덧붙였다.영주제일고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학교에서 ‘소백산에서 에베레스트까지’를 주제로 강연한 그를 또렷히 기억했다.한 학생은 “선배님의 강연을 듣고 ‘희망’이라는 막연한 단어에 노력을 보태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많은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고 훌륭한 선배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김 대장 일행은 지난 12일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山群)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참변을 당했다. 시신은 지난 14일 수습해 17일 새벽 국내에 돌아왔다.고(故) 김창호(49) 대장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영주 제일고(舊 영주 중앙고), 서울시립대 무역학과을 졸업 후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등산교수, 대한산악연맹 등반기술이사로 활동했다.합동영결식은 19일 오후 2시 서울시립대에서 있을 예정이다. 영주 제일고 다목적실에 설치한 합동분향소는 경북산악연맹과 영주시산악연맹 주관으로 17-19일까지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