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영업사원의 수술 참여 의혹이 불거진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여야의 질타가 이어졌다.마약류 관리 부실과 직원들의 독감백신 불법 거래 등 잇따른 사건에 대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거듭 사과했으나 야당은 원장직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가장 큰 의혹은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자유롭게 수술실을 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시연이나 고장 수리가 아닌 수술할 때도 참여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를 놓고선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국립중앙의료원은 이달 2~4일 의사 2명(흉부외과 및 신경외과 전문의)과 간호사 6명에 대해 내부감사를 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영업사원의 수술참여 의혹에 관한 감사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된 후였다. 중앙의료원을 출입하는 ‘영업사원이 수술보조뿐 아니라 봉합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수술 시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간단한 척추수술에서 봉합 마무리를 하거나 부위를 나누어 수술한 적이 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내부감사는 ‘위법 행위 없음’으로 결론 났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 보고 중부경찰서에 수사의뢰한 상태다.같은 당 윤일규 의원은 “(대리수술 의혹 당일) 수술실 내부를 찍은 사진을 보면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 가운을 입고 제1 조수석으로 의사가 반드시 서야 할 자리에 서 있다. 이 사진만 봐도 불법”이라며 “감사보고서는 영업사원이 부위를 가리키기만 했다고 하는데 동영상을 보면 의료행위를 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에게 위원회 차원의 무면허 의료행위 복지부 감사 의결을 요청했다.여기에 지난해 12월엔 직원이 본인 차량에 마약류 의약품을 보관했다가 자진 신고했고, 올해 4월엔 직원이 약물 중독으로 숨진 바 있다. 9월 내부 감사에선 직원 103명이 독감 백신을 550개 구매해 의사 처방전 없이 의료기관과 외부에서 23명에게 불법 투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잇단 사고를 놓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소박한 동네병원장이 국립중앙의료원 기관장이 되면서 충격적인 사고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능력이 없는 분이 왜 거기에 앉아있느냐. 사퇴하십시오”라고 몰아붙였다.마약류 의약품 관련 사고와 독감백신 불법 투약 등을 두고서도 “마약류 관리에 철저했다면 어린 간호사가 생명을 잃지 않았을텐데 사후조치에 앞장서기보다 뒤로 숨어버리는 기관장의 모습이 처참하다”면서 “불법 투약도 의료원장의 부도덕함과 무지의 소치로 근무기강이 무너지고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같은 당 김명연 의원은 “전문의가 당직 근무일에 퇴근했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고 지원 전문의가 지원업무를 해야 하는데도 자기 당직을 겸해서 하는 등 속된말로 개판”이라며 “서울시 권역 의료센터 역할도 못 하는 게 국립중앙의료원”이라고 비판했다.여당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최근 벌어지는 사태들을 보면 부실한 민간 병원만도 못하다”며 “신임 원장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대리수술 의혹’과 관련,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개연성이 굉장히 크다”고 일부 인정했다. ‘사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리수술 의혹을 비롯해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이어서 발생한 것 모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의 전형들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보여드린 것 같아 국민 여러분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대리수술 방지를 위한 출입자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선 “수술과 관련해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전면 중지하고 CC(폐쇄회로)TV 설치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2001년 서초구 원지동에 서울추모공원을 만드는 대신 서울시가 보상책으로 제시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이 서초구의 ‘감염병전문센터’ 설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원지동으로) 옮기는 것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원지동 아니라도 대안을 마련해서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원지동 이전 포기를 시사하기도 했다.한편 이날 보건복지위원회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상대로 의료분쟁 조정·중재 미비를 질의하는 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에 대해서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대리수술 의혹’ 당사자 의사가 증인으로 참석했으며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중증외상환자 의료현장의 열악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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