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발언의 당사자는 대한체육회 이기홍 회장이다. 그는 지난 2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e스포츠는 게임입니까. 스포츠입니까’라고 묻자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이 발언은 대한체육회가 아닌 이 회장의 개인적인 소신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체육계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라 e스포츠계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e스포츠는 지난 8월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 시범 종목으로 치러졌다. 우리나라는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오브 레전드로 각각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시범 종목이라 실제 메달수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리나라를 대표한 선수들과 팀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발언대로라면, 국내 체육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동섭 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회장의 인식에 문제가 크다”며 “e스포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다. 그런데 회장의 답변에서 보다시피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계는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동섭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보수적인 태도를 바꿔야 한다. e스포츠를 정식 가맹 단체로 품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약 830억원에 달한다. 시장을 전 세계로 넓히면 지난해 8000여억원이었던 산업 규모나 2020년 1조2000여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에 국내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가 최근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다”며 “중국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e스포츠를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협회장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이어 “우리 정부도 e스포츠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상헌 의원은 4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우리나라 팀이 오르지 못한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이번 롤드컵에선 8강전에서 떨어졌다. 오는 11월 3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전은 유럽의 프나틱과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의 대결로 펼쳐진다. 우리나라 안방에서 열리는 결승전이지만, 남의 잔치가 돼버렸다.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롤드컵에선 결승전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은 자타공인 e스포츠 최강국”이라며 “한국 e스포츠 산업은 체계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한 감독이나 코치, 선수들의 자부심도 강하다. 그에 따른 노력도 하고 있으니, 정부와 체육계의 인식도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미 젊은층 사이에선 e스포츠도 정통 스포츠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우리나라 체육계도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젊은층의 인식을 따라가야 한다”고 촉구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