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이 사안마다 각을 세우며 대립하게 되자 이들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는 소수정당의 정치적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때로는 민주당에 때로는 한국당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 사안별 연대를 구성, 마치 소수정당이 정국의 균형추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지난주 국회 정론관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두 차례 연출됐다. 지난달 22일에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나란히 섰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의혹과 관련해 3당 공동 명의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정의당도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해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도 함께 국정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조건부 공조 의사를 밝혔다.지난달 24일에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빠진 자리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정론관에 나타났다. 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정론관에서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과 관련된 특별재판부 설치를 여야4당이 공동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가 민주당과 한국당이 세를 겨루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됐다. 때문에 이들 소수정당의 의석은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으로 총 49석에 불과하지만 정국을 좌우할 사안마다 소수정당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데는 원내 5당인 다당제 정치 지형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100석이 넘지만 어느 당도 과반이 안 돼 소수정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현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틈을 타 바른미래당은 양당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고용세습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두 사안을 주고 받는 `빅딜`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간 회동이 열린 지난달 29일에도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의 설전이 이어지자 김관영 원내대표가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제가 두 원내대표를 잘 설득하고 중재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면서 “각 정당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점, 선뜻 받기 힘든 부분에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역지사지하고 양보해서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요즘 국회 상황처럼 당별로 다양한 조합이 이뤄지는 게 양극화를 벗어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양당제보다는 다당제를 열어놓는 게 더욱 바람직하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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