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댐 하나로 발전과 물 이용은 물론 수질개선 효과까지 노렸다. 박근혜 정부는 삽을 이어받아 댐을 쌓고 물까지 담아봤다.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22일 찾은 영주댐은 내성천 사이에 우뚝 서 있기만 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세차게 떨어지는 대신 조용히 댐을 거쳐 흘러내려갔다. 발전시설이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도 없어 영주댐물문화관에서 바라본 영주댐은 조용했다. ▣4대강 마지막 사업 영주댐…담수 못한지 10개월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2월부터 구조상 물을 가둬둘 수밖에 없는 최저수위를 유지한 채 홍수를 조절하는 여수로도, 모래를 배출하는 배사문도 활짝 열고 상류를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2016년 7월과 지난해 7월 등 두 차례 막아뒀던 물을 흘려보낸 흔적은 댐 구조물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영주댐물문화관에서 내려다본 영주댐은 댐보다 하천에 가까웠다. 10개월 가까이 하천처럼 물을 흘려보내다 보니 수심은 가장 깊은 곳이 불과 4m 정도였다. 그 위론 물 대신 낙엽이 진 나무와 풀들로 가득했다.유역면적만 내성천의 27.6%에 달하는 500㎢에 달하는 영주댐은 총 저수용량 1억8110만㎥, 시설용량 5000㎾를 갖췄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1급수 내성천 물을 가뒀다가 연간 2억330만㎥를 흘려보내 낙동강 중·하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삽을 떴다.그러나 수질개선용으로 영주댐에 모은 물에서 문제가 생겼다. 여름철 녹조는 물론 수질 자체가 악화됐다. 상류 유역에서 사육 중인 가축과 농경지 등에서 쌓아둔 퇴비나 방치된 축산분뇨가 비와 함께 하천으로 유입된 뒤 영주댐에서 가로막힌 것이다.이런 예측에서 환경영향평가는 무용지물이었다. 실제 영주댐 유역면적에서 논과 밭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에 달했다. 자동채수기로 강우시 하천 총인(T-P) 농도를 측정했더니 가계천에서 최대 276배 증가했다. 가계천에선 암모니아성 질소 최대 농도가 1.271㎎/ℓ로 최소농도(0.012㎎/ℓ) 대비 106배 늘었다. 빗물과 섞인 비점오염원이나 축산분뇨가 하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여기에서 발생한 질소나 인 등이 하천으로 유입되자 수자원공사는 결국 댐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해 1㎖당 21만세포에 달했던 유해남조류는 올해는 최대 8600세포까지 줄어들었다. 총유기탄소량(TOC)은 1.6~4.5㎎/ℓ로 ‘매우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보였다는 게 수자원공사의 설명이다.수문을 활짝 열었는데도 기온이 20도 내외로 떨어진 지난달엔 영주댐 물이 녹빛으로 변했다. 물론 수치상으로 올해 유해남조류는 9월3일 이후 불검출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아직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옛말된 모래강 ‘내성천’…풀·나무 자라는 이유는?영주댐이 물을 흘려보내는 사이 쌓이는 건 모래다.본래 내성천은 고운 모래가 강물을 따라 흐르는 곳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이 모래가 수심이 깊은 댐 하부에 쌓이면 처리할 길이 없다. 이에 영주댐에서 상류 13㎞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모래를 포집하는 ‘유사조절지’를 287m 길이로 건설했다. 댐 상류에 또 하나의 댐을 둔 셈이다.영주댐과 유사조절지로 모래 이동이 차단되면서 내성천 하류에 모래가 사라지고 풀과 나무가 뿌리내리는 육상화가 일어났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다. 실제 유사조절지만 해도 물이 흘러야 할 곳곳에 풀이 자란 상태였다. 영주댐에서 유사조절지로 가는 길은 푸른 물길이 아니라 갈색으로 변한 낙엽길을 따라간다는 인상이 강했다.백사장과 외나무다리로 유명했던 중요민속문화재 무섬마을과 내성천이 태극무늬 모양으로 휘감으며 모래사장을 만든 회룡포 등 내성천 하류 명소는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수자원공사 측은 육상화가 최근 가뭄과 강우패턴 변화로 모든 수계가 겪는 현상이라고 설명해왔다. 모래 이동이 감소한 건 2013~2015년 가뭄 등에 따른 유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라는 얘기다. ▣영주댐 처리방안 내년 유역물관리委에서 논의될 듯영주댐을 건립하면서 들어간 사업비는 1조1030억원. 수자원공사가 어떻게든 댐을 정상 가동하려는 이유다.현재 수자원공사는 뒤늦게 발견된 수질오염원 관리에 나섰다. 수질 모니터링 지점을 댐과 하류 등 3곳에서 상류 4곳을 포함한 8곳으로 늘리고 실시간 비점오염원 관찰 목적의 자동채수기를 6개 지점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상류 지점 800~1000개 가량의 축산분뇨 등에 대해선 직원 2명이 주 2회 지역을 순찰하며 관리를 안내하고 있다. 총 1억5000만원을 들여  비가림막 배포, 방치축분 수거 및 퇴비화 처리 등을 추진했다. 녹조제거용 물순환장치도 29대 추가해 총 63대를 보유하고 있다.환경부는 댐 건설 전 제대로 이뤄졌어야 할 주변 환경에 대한 평가를 준비 중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수자원공사가 환경부로 이전되면서 두 기관은 공동대응을 본격화했다.수질대책 효과 평가, 오염배출 감시, 댐 운영 등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통합 모니터링을 강화해 올 연말이면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내년부턴 중장기적으론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공공관리 강화 양분관리제를 추진하는 등 중장기 오염원 대책을 검토한다. 통합유역관리 시범사업도 제안한 상태다.모래 이동 감소에 따른 식생 변화에 대해서도 낙동강 본류까지 하천별로 모래 유입량 등을 정밀조사하기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합의한 상태다.수질과 식생변화 등을 모두 고려한 영주댐 사업의 향후 방향은 내년 6월 발족할 유역물관리위원회 등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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