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날개’로 불리며 한국 축구의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던 김동진(37·홍콩 키치SC)이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20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김동진은 1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은퇴 소감을 밝혔다.1982년생으로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에서 데뷔한 김동진은 이후 파란만장한 선수 경력을 쌓았다. 이호와 함께 러시아 강호 제니트 페테르부르크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컵 결승 무대를 밟기도 했다.울산 현대, 서울 이랜드 등에 이어 항저우 뤼청(중국),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키치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국가의 축구리그를 경험했다.태극마크를 달고도 맹활약했다. 김호곤(현 수원FC 단장) 감독이 이끌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표로 선출된 것은 물론, 2006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2회 연속 참가했다. A매치 기록은 62경기 2골이다. 다부진 체격에 공수 밸런스가 잡힌 플레이스타일로 이영표(은퇴)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뇌혈류 장애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졸도하는 사고를 겪으며 정점에서 조금씩 내려왔다. 이듬해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태극마크와도 멀어졌다. 하지만 김동진은 질환을 극복하고 꾸준히 현역 생활을 이어오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김동진은 “주위의 선배들이나 동료들이 은퇴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런 순간이 올까’라고 생각했다. 막상 이렇게 은퇴식에 오니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현역 생활을 더 이어갈 수도 있었다”면서도 “올해 초부터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현역을 이어나가는 것과 지도자를 하는 것 중 어떤 일이 더 가치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 결과, 적절한 시기에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느꼈다”고 밝혔다.“막상 은퇴를 한다고 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고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기도 한다”면서 “한국 축구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2004년 12월19일 독일과 A매치를 꼽았다. 조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었던 당시 한국은 3-1로 독일을 완파했다. 김동진은 이 경기에서 당대 최고의 수문장 올리버 칸(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세계 최고의 골키퍼인 칸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고 웃으면서 “그때 한국은 최정예 멤버가 아니라 젊은 선수 위주로 싸왔다. 세대교체 기간이었다. 반면 독일은 베스트 멤버를 데리고 왔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선수 생활 점수는 80점”이라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어려웠던 길을 걸었다. 이 길을 견뎠다”고 자부했다. 24일 홍콩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친선경기가 선수로 치르는 마지막 게임이다. 향후 키치 1군 수비 코치 및 15세 이하(U-15) 팀 코치를 겸임한다. “홍콩에는 여러나라에서 온 지도자들이 많아 그런 사람들에게 많이 배우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이든, 동남아시아든, 유럽에서든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이 목표다.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