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 단(2포기)에 2만원이라니요”6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김모(63·여)씨는 배추 가격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김씨의 가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우려로 올 추석에는 친척들이 모이지 않기로 했다. 차례상도 간소하게 차릴 예정이지만 야채와 과일값이 올라 당장 가족들 밥상이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올해 장마가 길었던 탓인지 야채와 과일이 예년보다 못하다. 배추나 파, 고추 등 야채들이 크기도 작은데다 값은 얼마나 올랐는지… 수박도 1통에 3만원가까이 하더라. 추석상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했다. 인근의 식자재 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선식품이나 과일 코너에 ‘행사가격’을 붙인 상품 안내판이 붙여져 있었지만 달라진 물가를 실감하게 했다. ‘국산 무 개당 3490원, 대파 한 봉 4290원’ 등 산지 직송을 내세워 상품과 가격대를 홍보했지만 장 보러 나온 시민들은 쉽게 손대지 못한 채 탄식만 내뱉었다.아이와 함께 온 김모(48·여)씨는 “남편과 아이가 한식을 좋아해 평소 국이나 밑반찬에 파를 많이 사용하는데 한 단에 4000원이 넘으니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며 “과일도 추석 앞두고 대체로 오르는 편이지만 올해는 상품 자체가 좋지도 않을 뿐더러 가격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50일이 넘는 긴 장마에다 최근 태풍 ‘마이삭’이 불어 닥쳤던 농가도 시름이 깊다. 경북 영천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이모(57)씨는 올해 일조량이 부족해 수확량 자체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했다. 강풍으로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피해가 커 다른 작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했다. 이씨는 “출하를 끝낸 복숭아나 자두는 올해 유독 장마가 긴 탓에 상품성이나 당도가 예년에 비해 떨어져 손해를 많이 봤다. 포도 수확을 앞두고 며칠 전 태풍으로 또 이렇게 되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올 초 코로나19여파로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 1500평 밭의 절반은 농사도 짓지 못했다.지난 2일 동북지방통계청 발표에서도 지난달 대구·경북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대구는 배추 54.9%, 파 54.7%, 포도 39.8% 등 신선식품 물가가 전달에 비해 크게 올랐다. 신선식품 중 복숭아와 수박은 각각 10.1%(대구), 수박 8.5%(경북)로 가격이 내렸다.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낮아져 소비자 구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도 대구 105.7%, 경북 104.2%로 전월(7월)보다 각각 0.7%, 0.6%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