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약 200개 나라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 높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골자이며 올해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이러한 목표에 합의했다. 신기후체제인 파리협약이 발표된 이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관련 계획을 앞다퉈 내놨고, 각국 정부의 예산 투입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탈탄소라는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 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의결했다.  이는 전기·열 생산에 드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관련 비용도 예상보다 불어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만큼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반박 의견도 있다. 이해관계자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을까. ▣ EU, ‘유럽 그린딜’에 1조 유로 투입…탄소국경세 도입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이행을 가장 서두르는 모습이다. EU의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은 지난 2019년 수립된 ‘유럽 그린딜’이다. 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55% 감소, 2050년 탄소배출 `0`(넷제로) 도달을 목표로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주요국의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정책 현황과 시사점’ 자료를 보면 EU는 앞으로 10년간 1조 유로를 `유럽 그린딜` 관련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절반은 EU 예산을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는 공공·민간 자원을 활용해 레버리지 효과를 유도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정책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다.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인한 EU 내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더 많은 비용이 부과된다. 특히, 이산화탄소 순수출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에 탄소국경세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EU가 이산화탄소 1톤당 30유로를 전 분야에 과세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약 1.9%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같은 수준의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CBAM 입법안을 공개한 바 있다. 2023년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되며, 3년의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는 전면 도입된다. ▣ 미국, 바이든 취임 이후 파리협정 복귀…탄소중립 본격화 미국은 올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틀을 본격적으로 갖춰나가는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파리협정 복귀와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가량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백악관국내기후정책실과 국가기후태스크포스를 새로 만들고, 연방 기관에 탄소 무배출 전기와 청정 무공해 차량 조달을 지시하는 등 청정에너지 산업 활성화에도 힘을 주고 있다. EU의 CBAM과 비슷한 탄소국경세인 ‘오염 유발 국가에 대한 수입 수수료’ 도입도 검토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중심으로 인프라 예산안에 탄소국경세를 포함하는 법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미국과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KIAT는 보고서에서 “국가 간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미국과 EU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CBAM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명분과 탈탄소 경제 주도권 확보라는 실리적인 사고를 결합해 추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중국, 2060까지 넷제로 달성 목표…세계 최대 탄소시장 보유 중국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은 206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 열린 유엔 기후목표정상회의에서는 2030년 국내총생산(GDP)당 탄소 배출량을 2005년과 비교해 65% 이상 줄이겠다는 보다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 3월 발표된 ‘제14차 중화인민공화국 국가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한국에너지공단(KEA)의 ‘2021 KEA 에너지 편람’을 보면 중국은 주요 산업과 기업을 우선적으로 최대 탄소 배출량에 도달하도록 지원하고, 에너지 소비와 탄소집약도 조절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6대 기간산업 가운데 신에너지, 신에너지차, 에너지 절감 및 환경 보호 산업 등은 탄소중립과 연계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준제로에너지빌딩(nZEB) 시범 프로젝트와 제품·장비 국가 에너지효율 표준 제·개정 등도 추진된다. 현재 중국에는 세계 최대 탄소거래시장(ETS)도 조성돼있다.  앞서 2013년부터 시범적으로 베이징·톈진·상하이·후베이·충칭·광동·선진 등 7개 지역에서 탄소 거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지난 7월 상하이에 전국 단일 탄소거래 시장을 출범시켰다. KIAT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시장 시범 지역의 여간 거래액은 21억5000만 위안으로 추정된다. 단일 탄소거래 시장에서는 약 40억톤 이상의 탄소가 거래될 전망이다. ▣ 일본, ‘녹색성장전략’으로 탄소중립 산업 육성 나서 일본은 녹색 성장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지난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12월에는 ‘2050년 탄소중립에 수반된 녹색정상전략’을 발표한다. 이 전략은 에너지(해상풍력·연료암모니아·수소·원자력 등), 수송·제조(자동차·반도체·선박·항공기 등), 가정·사무실(주택·건축물 등) 등에서 성장이 예상되는 14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예산, 세제, 금융, 규제 개혁, 표준화, 국제 협력 등 다양한 정책에 대한 실행 계획도 내놨다. 2조엔의 기금을 조성해 혁신 도전 기업을 10년간 지원하고 참여 기업·기관의 연구개발(R&D) 실증부터 구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효율적인 기금 관리를 위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녹색혁신프로젝트그룹을 경제산업성 내 설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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