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23만 명이었다.  2012년까지만 해도 48만 명에 달한 출생아 수가 10여 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코로나19 이후에는 아이를 낳을 것이란 기대도, 30대에 진입한 인구 70만 명대의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저출산 반전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200명(7.7%) 줄었다.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2022년(0.78명)보다 0.06명 하락했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모두 1970년 이후 최저였다.  합계출산율은 1분기 0.82명을 기록했으나 2분기 0.71명, 3분기 0.71명, 4분기 0.65명으로 떨어졌다. 2000년까지도 출생아 수는 64만 명에 달했다.  이후 2010년에 이르러 출생아 수가 47만 명으로 줄었다. 2020년엔 27만 명으로 줄며 10년마다 20만 명씩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2337명, 2021년 26만562명으로 1만1775명 감소했다. 2022년 24만9186명으로 1만1376명 줄었다. 결국 지난해에는 감소폭이 1만9200명으로 확대됐다. 이같은 원인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한이 한 몫한다. 실제 모성보호 위반으로 적발된 기업이 4년 새 8배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산율을 제고하고 일하는 부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법과 현장의 간극이 해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출산율 세계 꼴찌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육아휴직 장려와 남녀고용평등법상 보장된 유연근무제 등을 이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모성보호법(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 등) 위반 적발 건수는 총 4825건이었다. 위반 내용을 항목별로 보면 △배우자 출산휴가(152건) △육아휴직 및 육아기 단축근무(120건) △야간 및 휴일근로 제한(4044건) △시간 외 근로 제한(51건) △임신·출산 관련 위반(458건) 등이 있다. 모성보호법은 임신, 출산, 육아 등을 감당하는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무리한 노동을 안 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성보호법 위반 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잠시 주춤했다. 지난해에는 4년새 무려 8배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248건 △2020년 227건 △2021년 602건 △2022년 892건 △2023년 1856건 등이다.  `임신·출산 관련 위반` 건수가 `야간·휴일근로 제한` 다음으로 적발 사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근로기준법 74조는 임산부가 출산휴가 및 단축근로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신 중인 근로자가 무리를 할 경우 몸 안의 생명에 지장이 가는데도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출산휴가 및 단축근로를 제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아기를 뱃속에 품은 예비 엄마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길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인 `핑크카펫` 자리가 마련돼 있지만 정작 임산부가 앉기는 쉽지 않아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와 일반인 각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의 86.8%가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2.2%는 `이용이 쉽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워킹맘·워킹대디가 아이도 낳으면서 기존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임산부와 어린아이에 대한 기피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매년 저출생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편성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매해 출생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아동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자녀·육아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가 `나의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20대 여성들은 42%, 30대 여성들은 49%만 `나의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임신과 출산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인 2030 여성들이 되려 가장 자녀 갖기를 꺼리는 셈이다.  2030 여성 10여명은 임신 및 출산을 내켜하지 않는 이유로 △경력 단절 △과도한 경쟁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혐오 등을 들었다. 2022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6.8%에 그쳤다.  전년과 비교하면 1.6배(2.7%p) 상승한 셈이지만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70.0%)에 비춰보면 턱없이 모자른 상황이다. 2030 여성들은 남성의 육아휴직이 여전히 적은 상황에서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2023년 자녀·육아 인식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어도 되는 이유 중 1위는 경제적 부담(64%)이었고 2위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61%)였다. 반면 20대 여성을 따로 보면 아이가 행복하기 살게 힘든 사회라는 응답이 74%로 1위였고 30대 여성의 경우에도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라는 응답이 63%로 평균보다 높았다. 2022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첫째아 출산 연령은 32.8세로 10년 전인 2012년(30.5세)과 비교하면 2.3세나 늘었다. 합계출산율 제고를 위해 정부의 각종 경제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 육아휴직 급여 상한이 올라갈 경우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늘어났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급여 상한을 인상한 2014년과 2017년, 2018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각각 1.2%p, 4.9%p, 4.4%p 증가했다. 임신 기간 필요한 검사 및 입덧약, 영양제 등에 필요한 비용이나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다. 경제적 지원에 더해 문화 개선 노력 역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조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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