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민은 벼랑 끝에 매달린 삶을 살고 있다. 무너진 성장동력을 되살릴 길이 보이 지 않는다. 미국과의 관세·안보 협상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국민은 답답하고 어디 기댈 데가 없다.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어떤 정치인도, 어떤 공직 후보자도 완 벽하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요직을 맡을 인사에게 장삼이사(張三李四) 이상의 기대를 거는 국민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허탈감과 배신감 을 느끼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들의 정책 수행 능력을 따지기 에 앞서 그동안 드러난 불법과 탈법, 도덕성 수준은 국민의 기대를 저 버린다. 예전에도 보았지만, 이번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어울리지 않 는 인사들이 즐비하다. 인재가 그리도 없다는 것인가?장관 후보자들이 받고 있는 의혹은 논문 표절과 연구 부정, 탈법,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 공직자 이해 충돌, 갑질 등등 가지각색이다. 후보자들은 온갖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 꼈지만, 막상 청문회에서는 의혹 해명이나 제대로 된 자료 제출도 없 이 변명과 일방적 부인만 되풀이했다. 증인 없는 ‘맹탕 청문회’라 제 대로 검증할 길도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문제 후보자들을 방어하며 청문회의 정상적인 진행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은 민주당의 인사 검증의 기준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이런 행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불신은 쌓일 수밖에 없다.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후보자들의 인식과 자세도 문제다. 전시 작전 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를 두고 국방장관 후보자와 대 통령실이 엇박자를 보인다. ’북한은 주적(主敵)인가’를 놓고도 국방 장관 후보자는 “그렇다”고 하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아니다”라고 한다. 같은 정부 내에서 중차대한 안보 문제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지 단순한 면 접이나 통과의례의 요식행위는 아니다. 여당은 “후보자 낙마는 없다” 고 한다. 그렇다면 청문회는 왜 하나? 어떤 조직이든 발전하려면 알 맞은 자리에 알맞은 인재를 써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이미 끝난 국무총리 청문회를 되돌아보자. 사상 초유의 증인 없는 청문회였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여당이 야당의 청문위원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고 여긴 탓이겠지만, 그건 조폭들이나 하는 작태다.1982년 방영됐던 TV 드라마의 대사가 시중에 크게 유행한 적이 있 었다.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이다)”라는 일본말이었다. 온통 썩어 문드러진 사회상을 질타하는 일침이었다. 양심적인 정 치인이나 공직자가 왜 없겠는가. 하지만 일부 일그러진 정치인이나 공직 후보자의 행태는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 정치를 해야 할 지도자는 정치를 안 하고, 정치를 하지 않아야 할 기 회주의자들이 생업으로 정치를 한다”고 갈파했다. ‘소명으로 정치’ 를 하기보다 권력을 위한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정 치인들이 설치면 나라는 흔들린다. 정치와 정치질은 다르다. 권력과 지위, 이권 획득을 위해 선동과 날조, 분탕 등을 해대는 행위 가 정치질이다. 미래를 열어 가기는커녕 과거 들추며 싸우고 보복하 는 건 정치질이지 정치가 아니다.집권 여당의 오만함은 막을 길도 없다. 예를 하나만 들자. 지난해 예산 심사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 원을 “쓸데없는 예산”이라고 전액 삭감하며, “특활비 삭감했다고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자마자 “대통령실 특활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추가경정예산을 단독 처리해 자신들이 삭감했던 것을 전액 복원했 다. 그야말로 후안무치요, 내로남불의 극치다. 그런데도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은 무력증과 분열의 늪에 빠져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다.급한 건 경제 살리기이지만, 더 급한 건 정치 바로 서기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법과 제도를 만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은 권력을 누가 잡았는가가 아니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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