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첫 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상화는 2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포상금 수여식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세계신기록 수립 포상금 2000만원을 받은 후 취재진과 만나 "첫 발을 내딛을 때 실수만 없다면 성공적인 레이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2012~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6초80을 기록, 세계기록을 경신한 이상화는 2013~2014시즌 월드컵 1·2차 대회에서 세 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월드컵 1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를 기록해 세계기록을 줄인 이상화는 월드컵 2차 대회 1·2차 레이스에서 각각 36초57·36초36을 기록해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의 세계신기록 행진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초반 100m 기록을 크게 단축한 것이 원동력이다. 이상화가 36초36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을 때 초반 100m 기록은 10초09였다.
이상화는 "올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완벽하게 레이스를 할 때도 있었지만 실수할 때도 있었다. 첫 발을 내딛을 때 실수가 잦다"며 "그것만 실수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레이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신기록을 작성할 때에도 실수가 있었다면서 "월드컵 2차 대회 1차 레이스 때 초반 100m 기록은 좋았지만 두 번째 스텝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가다듬고 나가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36초36을 기록했을 때 정말 완벽한 레이스였다"고 되돌아봤다.
"36초36을 기록했을 때 저 또한 놀랐다"고 말한 이상화는 "500m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많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월드컵 2차 대회 2차 레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완할 부분이 있었다"는 이상화는 "첫 발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없다. 초반 1·2코너에서 속도를 받아 막판 3·4코너를 도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이 들지만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고 연습한 대로 가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화는 지난해 9월 케빈 오벌랜드 코치를 만난 이후 초반 100m 기록이 급상승했다.
그는 "오벌랜드 코치님이 오시고 나서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부분이 더 컸다.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주입하면서 자신감을 주셨다. 그것이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때와 비교해 체중을 3~4㎏ 정도 줄인 것도 도움이 됐다고 전한 이상화는 "체중이 빠지면서 가벼워졌다. 그러면서 초반 100m도 빨라지고 400m도 덩달아 좋아졌다"며 "몸이 가벼워지면서 할 수 있는 기술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친 이후 이상화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 4차 대회 2차 레이스에도 나서지 않았던 그였다.
이상화는 지난 23~24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0회 전국남녀스피드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내년 1월 18~19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도 불참할 참이다.
이상화는 "대회에 나서지 않으면 실전감각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 감을 잃을 시기는 지났다. 지난 11월부터 너무 달려왔고, 대회를 너무 많이 치러 감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른 운동으로 실전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7~8일 벌어지는 회장배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올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치른 7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친다면 올림픽 2연패도 꿈은 아니다.
이상화는 마인드컨트롤에 집중하고 있다.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뒀을 때보다 표정은 훨씬 편안해 보였다.
이상화는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메달이 없었다. 금메달보다는 3위 내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부담도 많았고 긴장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노하우가 쌓였는지 한결 편하다. 메달을 이미 따서 그런 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밴쿠버대회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이상화는 "올림픽이라고 긴장하지 않고 월드컵대회처럼 준비하고 있다"며 "부담을 떨쳐내는 것은 어렵다. 떨쳐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올림픽은 축제다. 소치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지내면서 준비하고 싶다. 예민해지고 싶지는 않다. 지난해 소치에서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를 했을 때 밴쿠버 경기장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느낌이 좋았다"며 웃어보였다.
함께 출전하는 1000m보다는 500m 2연패 달성에 치중하겠다는 것이 이상화의 생각이다.
이상화는 "1000m 메달에는 전혀 욕심이 없다. 도전하는 입장이다. 올림픽에서는 무조건 500m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