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어느 순간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어도 근면, 성실하게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임금도 크게 올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격 경쟁 면에서 중국과 동남아 등 인건비가 싼 국가를 이길 수가 없게 됐다. 예컨대 넥타이나 TV의 경우 아무리 해도 개발도상국보다 싸게 만들 수는 없다. 브랜드 없는 넥타이가 1만~2만원 하는 데 비해 고급 브랜드 넥타이는 20만~30만원에도 팔리고 있다. 이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창의성을 발휘해 고부가가치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pop), 드라마 등 한류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들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창조경제는 이와같이 창의성을 발휘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많이 육성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벤처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관련 기구 몇 개 만든다고 될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획일적인 문화에서는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다. 다양한 생각이나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 과거 갈릴레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다`라는 천동설이 지배적인 시대에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해 엄청난 박해를 받았다. 천주교가 부패했을 때 마르틴 루터는 교회 개혁을 주장해 오늘날 개신교가 탄생했다. 모두들 고정관념을 깨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   우리 사회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다양화되고 성숙됐다.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시대에서 수많은 외국인과 함께 사는 시대가 됐다. 요즈음 농촌지역에는 다문화 자녀가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교학사 발간 역사교과서 파동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사건이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해 우파에서는 국가정체성을 정리한 교과서라고 평가하는 한편 좌파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등을 미화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여기서 교과서 내용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외부세력의 압력에 의해 전국의 2000개 학교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자율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 안한 것이 아니라 외부압력에 의해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정부의 공식적인 교과서 검정절차를 밟은 교과서도 마음대로 채택하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 사실상 폭력이 난무하는 전체주의적 사회나 마찬가지다. 과거 196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시대에 홍위병이 날뛰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최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못하도록 하는 세력은 전교조 등 대부분 진보적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시절 당시 정권의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하다가 탄압받았던 사람들이다. 그 당시 그들은 사상과 언론의 자유 등 다양한 가치의 자유를 주장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획일화된 사회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그와 같은 사람들이 요즘 세상이 달라지게 되니 과거 자기들이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하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다. 폭력으로 자기들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엉뚱한 발상, 튀는 문화도 수용해야 한다. 국가 검정을 받은 역사교과서 하나도 마음대로 채택 못하는 사회에서는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이념으로 인한 편 가르기가 심화되고 있다. 각 진영의 논리에 따라 상대방 주장은 내용도 보지 않고 무조건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편향된 사고로는 사회통합도 안되고 창조경제도 발전할 수 없다.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성숙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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