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숙  Bill 플러스 회장 나는 매일 낮 12시가 되면 시아버님께 전화를 한다. "아버님, 지금 뭐하고 계세요?" "뭐하긴, 난 10분 전부터 네 전화 받으려고 전화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단다.""어머, 제 전화 받으시려고요?" "그럼." "아버님, 저 오늘 얼마나 벌었는지 아세요?" "기십만원 벌었겠지." "네, 아버님.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다 알지. 근데 네가 뭘 해서 기십만원을 벌었다냐?" "이러저러해서 벌었지요." "야, 참 대단하다. 우리 며느리! 어느 여자가 아기 키우며 뭘 해서 몇 십만 원을 벌겠냐."다음 날 12시면 나는 또 아버님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아버님은 기다리셨다는 듯이 "오늘은 몇 백만 원이라도 벌었냐?"하고 밝은 어투로 말씀하신다. "네, 맞아요. 정말 잘 맞추시네요." 아버님과 나의 전화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다음 날도 나는 또 아버님께 전화를 건다. 꼭 고기 전골 등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야 효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며느리의 전화를 받기 위해 12시를 손꼽아 기다리는 행복을 주는 것, 이것도 자식으로서 행복을 드리는 일이고 효도라고 생각한다.아버님이 아들 집에 오시는 날이면 나는 아버님께 책을 읽어드린다. 많은 책 중에서도 `고부간의 갈등`을 주제로 한 책을 골라 읽어드린다.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다.옛날에 어느 집안에 아기를 낳지 못해 걱정인 며느리가 있었어요. 며느리는 아기가 생기지 않자 백일 기도를 올리기 위해 절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절에 가자마자 스님이 야단을 치며 내쫓는 거였어요. `이 절의 부처는 허상일 뿐인데 뭐 하러 왔느냐? 네 집 부엌에서 신발 한 짝만 신고 왔다갔다하는 분이 진정한 부처이니 빨리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분께 3년 지성을 드리면 아기가 생길 것이니라.`며느리가 쫓기다시피 집으로 돌아와 보니 시어머니께서 신발을 한 짝만 신고 부엌을 드나드시는 거였어요. 시어머님은 당신 혼자 계실 때는 하루 한 끼만 먹어도 시장한 줄을 몰랐는데, 며느리가 돌아온 후로는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도 양에 차지 않고 속이 허하다고 하시더래요. 그 소리를 들은 며느리는 궁리 끝에 아침에는 생밤을 까서 시어머님께 간식으로 드리고 저녁에도 간식을 챙겨 드렸대요. 하루 다섯 끼를 드린 거예요.며느리의 지극한 정성을 받아서인지 시어머니는 날로 얼굴색이 좋아지고 살도 통통하게 올랐대요.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이 "얼굴이 아주 좋아졌는데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묻더래요. 시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대요."며느리가 하루 세 끼를 잘 차려주는 데다 아침저녁으로 생밤을 까 주는 등 간식을 잘 챙겨 줘서 이렇게 몸이 좋아졌다우."이때부터 며느리는 효부로 소문이 났고, 시어머니에게 효도를 한 탓인지 3년 만에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았대요.이런 책을 읽어 드리면 아버님은 흐뭇해하신다. 그러면서 "네가 이렇게 효도를 비롯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데 내가 더 뭘 가르치랴"하고 말씀하시면서 밝게 웃으신다.아버님은 내 집에 오실 때면 선물을 자주 갖고 오신다. 그런데 거의가 금목거리, 금송아지, 행운의 열쇠, 금잉꼬새, 금거북이 등 순금으로 만든 선물들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금값이 비싸지 않고 3.75g에 4만∼5만원 하던 시절이었는데 아버님은 현금이나 옷가지보다는 순금을 주로 선물하셨다. 아버님께서 오시는 날 그동안 받은 금으로 만든 그 선물들을 꺼내놓으면 아버님께서는 그 물건 하나 하나가 지니고 있는 의미들을 설명하시곤 했다. 황금거북이는 장수를 뜻하고, 잉꼬는 부부간의 사랑을 돈독히 하라는 의미이고, 행운의 열쇠는 행운을 염원한다는 것을 설명하셨다. 그러면서 당신의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에 대해 흐뭇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님께서는 그때 이미 내게 경제의 중요성을 은근히 가르치셨던 것 같다. 그때 아버님께서 선물로 주신 금붙이는 후일 내 집에 며느리가 들어올 때 약혼 선물로 긴요하게 쓰였다. 며느리에게 "네 시할아버님이 물려주신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한 예물을 받은 며느리의 기분도 한층 좋았을 것이다. 돌아보면 아버님의 재테크는 남달랐다. 적어도 몇십 년은 내다보는 혜안이 있으셨다. `아버님의 지혜에 놀랐습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부모에 대한 효도는 한계가 없다. 하지만 살아 계신 동안 마음 편안하게 해드리고 자식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으시도록 보살펴 드리는 게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식에게는 하늘이 복을 내리고, 그 복은 경제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어버이날은 지났다. 하지만 부모님의 은혜란 게 어디 어버이날에만 생각하는 것이랴.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는 끝이 없고 무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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