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하전아(何田兒)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몸이 몹시 허약해 58살이 되도록 장가도 못 들었다. 어느 날 집 뒤의 산에서 두 그루의 넝쿨이 서로 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뿌리를 캐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뿌리를 옆에 두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홀연히 백발노인이 나타나 그를 불렀다. “전아! 전아! 네가 오늘 산에서 캔 뿌리는 신선이 주는 선약이니 정성들여 먹도록 해라.”하전아는 날이 밝을 때까지 같은 꿈을 세 번이나 꾸었다. 예사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그 뿌리를 돌절구에 찧어서 가루 내어 하루 세 번 한 달쯤을 먹고 나니 몸에 기운이 나고 머리도 맑아졌다. 그는 그 넝쿨의 뿌리를 많이 캐서 가루로 만들어 두고 일 년을 더 먹었다. 그랬더니 허약하던 몸이 쇳덩어리처럼 단단해지고 기운도 세어졌다. 나이는 비록 60살이 다 됐지만 머리카락이 까맣게 바뀌고 얼굴이 젊은이같이 바꼈다.마침내 60살에 아내를 맞이해 아들을 낳고 아들의 이름을 연수라고 지었고 신기한 약초를 세 식구가 늘 먹었다. 연수가 130살이 되었어도 머리카락이 까맣다고 해 사람들은 그를 하수오(何首烏)라 불렀다. 그의 성이 하씨이고(何) 머리카락이(首) 까마귀같이(烏) 까맣다는 뜻이다. 그 뒤로 그 약초의 뿌리를 하수오라 부르게 되었다.지난해 백수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비록 하수오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효능이 알려지면서 백수오로 만들었다는 건강기능식품이 시장에 우수죽순처럼 쏟아졌다. 여성의 산후 각종 질환에 좋고 성기능도 돕는다는 건강식품이 홈쇼핑을 통해 매진, 2000억원어치나 팔려나갔다.그런데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판 백수오 제품들에서 은조롱과 비슷하지만 효과는 전혀 다른 중국산 이엽우피소(耳葉牛皮消) 성분이 검출됐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이엽우피소는 독성이 있어서 간기능을 헤치고 여성의 경우 유산까지 한다는 뜻밖의 해명에 전국이 벌컥 뒤집어졌다.한편 식약처는 2월에는 시판 백수오 제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가 지난 22일 내츄럴엔도텍이 판매한 건강기능식품 ‘백수오궁’에 고가 천연 의약재인 백수오 대신 저가이면서 몸에 해로운 이엽우피소가 들어 있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식약처도 부랴부랴 재조사에 나서 앞서의 발표를 번복했다. 벤처기업의 건강식품도 믿기 어렵고, 정부 기관인 식약처도 믿기 어렵다.홈쇼핑마다 환불소동으로 난리다. 백수오 제품으로 연일 상종가를 치던 바이오 벤처기업 내츄럴엔도텍은 연일 하한가를 거듭하고 있다. 코스닥시장도 흔들렸다. 백수오가 코스닥시장을 회춘시키려나 했더니 코스닥시장을 초죽음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쇼닥터’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쇼닥터’란 의협이 새롭게 만든 용어다. 빈번하게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허위·과장 광고를 일삼는 의사와 한의사들을 일컫는다. 생명을 살리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학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 쇼를 하는 의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전문직업인으로서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호칭이다.이들은 유산균을 먹고 불임여성이 임신했다느니 어성초가 탈모에 좋다는 등 전혀 근거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전문가로서의 윤리규범을 어기고 있다.한 때는 건강정보 프로에서 효소 열풍이 불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지난해 11월 4일자로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 모 원장 등 회원 3명에게 벌금 100만원과 함께 회원 권리를 1년간 정지시켰지만 쇼닥터들은 여전히 고정 멤버처럼 출연 중이고, 약초 열풍을 몰고 온 종편 프로그램도 변함없이 성업 중이다. 진절머리 난다. 무슨 약초 무슨 발효액, 미리 역할분담해서 암기라도 했는지 출근부에 도장 찍듯 날마다 종편마다 진치고 앉아 나불대는 속보이는 모습들, 정말 언제쯤 안 보고 살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