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대구에서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며 자수한 우모(41)씨의 11년 간의 행적과 자수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5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우씨는 2004년 3월24일 오전 2시께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한 주택가 길에서 사채업자의 부탁을 받고 이모(당시 33)씨에게 돈 700만원을 받으러 갔다가 돈을 줄 수 없다는 이씨의 말에 화가나 흉기를 이용, 이씨를 살해한 뒤 도주했다.이때부터 우씨의 도망자 생활이 시작됐다.이씨를 살해한 우씨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구미로 이동해 PC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대전에 있는 A(46·교도소 동기)씨를 찾아갔다.우씨는 A씨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털어 놓은 뒤 A씨의 집에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렸다. 범행 당시 입고 있던 옷은 대전의 한 강가에서 불 태웠다.이후 우씨는 ‘이제 내가 이씨를 죽였다는 증거는 없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았지만 무의식에 남아있는 낙인까지 지워 낼 수는 없었다. 모든 증거를 없앤 우씨는 서울과 천안, 청원, 대전, 전주 등을 떠돌며 판넬 공사현장 등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하루살이 삶을 살았다. 오전 6시부터 공사판에서 꼬박 12시간씩 일을 했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떠돌이 살인자는 극심한 생활고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경찰이 여전히 자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전국을 떠도는 생활을 이어가던 우씨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일을 마친 뒤 술 한잔 후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잠을 청할 때마다 꿈속에 죽은 아버지와 자신이 살해한 이씨가 나타났다.악몽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우씨는 그 영향으로 우울증과 조울증까지 왔다.매일 밤을 견딜 수 없었던 우씨는 전북 전주의 한 정신병원을 찾아 상담치료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의사에게 “내가 10년 전 사람을 죽여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경기대학교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씨의 자수 결심은 양심의 가책보다는 살인을 했다는 압박감이 더 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밖에서 마음 졸이며 사느니 차라리 마음 편히 지낼수 있는 교도소 생활이 더 낫다는 판단에 자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