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한국을 찾아온 중국인 관광객 20여 명이 “한국 도착 첫날에 호텔이 아닌 심야 사우나에서 묵었다”며 주한 중국대사관에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이 도착한 청주공항 인근 숙박시설에 빈방이 없어 사우나를 숙소로 잡아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부족한 관광서비스 인프라와 저가 여행상품이 빚은 소동이었다. 지금 대구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여지를 보이고 있어서 긴장된다.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가 덤핑 의료상품으로 중국의료관광객을 대거 유치했다는 것이다. 의료계 전반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덤핑상품은 상품의 품질마저 조잡한 것으로 의심받게 한다는 점에서 대구의료계 전체를 싸구려로 만들 소지가 없지 않다. 한명이라도 더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욕심은 이해하지만 경솔한 짓을 한 것이다.대구에 수천 명의 중국인 의료관광객이 몰려온다는 낭보가 전해진 것은 지난달의 일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5, 6월 동안 70여 차례에 걸쳐 대구를 방문해 성형과 피부미용 시술 등을 받고 시내 관광에 나설 중국인 관광객이 모두 32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14일 현재, 중국인 의료관광객 902명이 대구의 11개 피부·성형외과에서 진료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모공까지 청소하는 딥 클렌징’ ‘스킨 스케일링’ ‘영양공급’ ‘고주파 또는 레이저 시술’ ‘피부 안정을 위한 마스크 팩’ 등의 피부마사지를 시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 중국 의료관광객의 진료비가 반값도 안 된다는데 있다.대구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국시장을 뚫어야 하는 것이 당면과제이지만 국내 환자에게 7-10만원을 받는 시술을 중국인 관광객에겐 3만원만 받는 야합을 해선 안 된다. 실제로 단체팀 시술일지라도 1인당 7만원이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대구시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응하고 있다고 말한다.그렇지 않아도 저가의 덤핑 관광과 부족한 숙박시설, 쇼핑을 강요하는 바가지 관광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싸구려 관광지의 딱지를 떼기 어렵다고 하는데 마치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대구시가 이런 짓을 했다니 실망을 금치 못한다. 반짝 특수만 노리면 한류가 시들고 반일감정이 풀릴 때 중국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힘들고 느리더라도 정도(正道)로 승부를 내야 한다.<참고>15일자 영남일보 기사를 일부 참조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