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도민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눈높이를 마주한 소통의 개념이 사라졌다. ID카드가 없으면 도청에 들어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ID카드란 일종의 신분증명서, 원래는 미군이 기지내에 출입하는 군관계자에 휴대를 의무화시켜 출입구에서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한 사진첨부 증명서이다. 미국에서는 그 밖에 기밀 사항을 취급하는 정부 기관이나 연구소 기업의 공장 등에서도 같은 모양의 ID 카드방식을 일찍부터 채용해왔다. 경북도청이 난데없는 기밀사항을 취급하는 정보기관으로 변신했단 말인가.지역민들의 민원 등을 수렴하는 광역자치단체 특성상 출입에 제한을 두는 것은 민원인들로 하여금 까다로운 절차에 지쳐서 포기하란 말 밖에 안 된다. 현재 경북도청은 정문을 비롯한 출입문 4곳이 모두 자동보안출입문이다. 도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등 직원들은 ID카드로 제작된 신분증으로 출입하고 있다. 하지만 도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1층 현관에 있는 관계자에게 정확한 방문 요건을 말한 뒤 출입증을 배부받아 게이트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도청에 들어갈 수 있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이런 까다로운 일을 구상하게 됐는지, 누구의 아이디어이며 김관용 도지사는 이런 일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문제는 이런 이유로 도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도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권부(權府)의 분위기를 풍겨서 무슨 소득이 있단 말인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대부분이 방문객들과 관련, 직원들이 민원인에게 인사를 하는 등 친절함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이들을 총괄하는 광역자치단체는 민원인을 배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경북도청을 방문하고 나서 관공서에서 출입이 통제되는 곳은 경찰서뿐인 줄 알고 있었다는 말에 함축된 의미를 읽어야 한다. 얼마나 불편하고 위압감을 느꼈겠는가. “민원을 접수하는 도청에서 민원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귀를 닫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K(41)씨의 말을 귀넘어들어서는 안 된다.도청 관계자의 해명이 어처구니없다. “지금의 도청은 과거의 건축구조상 ID카드를 이용한 출입문 개폐가 이뤄지고 있다”지만 리모델링도 하는 마당에 도민에게 불편이 있다면 그 정도 보수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도청공무원들이 도민의 공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