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최대 홍련(紅蓮)군락지인 청도 유등연지(蓮池)가 관리소홀로 몸살을 앓고 있다.연(蓮)이 뿌리째 뽑혀 연지 주변 수면 등에 흐트러져 있거나 못 주변 땅이 파헤쳐져 있다. 특히 관광객들과 낚시꾼들이 버리고간 음식물 등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이로 인해 악취와 무질서로 민원이 쇄도하고 자연경관을 훼손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관할청의 무책임한 태도와 무관심 속에 연지는 방치되고 있다.군청은 관광객들을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정비와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고 관리의 주체는 군의 소관이 아닌 소유주인 이씨 문중의 몫이라는 애매한 주장만 펴며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실제 2010년 경북도와 청도군이 사업비 20억원을 쏟아 부어 정비한 다음 정비사업 표지석을 세웠다. 이후 사후 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이다. 청도군청 한 관계자는 “유등연지에 대한 안전, 시설물, 저수용수, 주변 청소 등 관리가 각각 나눠져 일원화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인력 부족으로 그곳(연지) 관리에는 엄두를 내고 있지 못한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연지가 화양읍 관내에 있는 만큼 관리를 담당하는 화양읍사무소로 연락해보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말을 아꼈다.이에 대해 화양읍사무소 관계자는 “전체적인 유등연지 관리 주체는 군청과 문중에서 협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민원 등이 들어왔을 경우 환경정화차원으로 연지 주변 청소만 하는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토종 붕어터로 널리 알려져 있어 주말이 되면 이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의 낚시꾼들이 대거 몰려와 이들이 버린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로 악취가 풍겨 주민들의 강한 원성을 사고 있다.심지어 비와 햇볕을 피하며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천막 등으로 개인 좌대를 불법 설치해 낚시를 즐기고 있는 풍경도 보였다. 연지 주변에서 20여 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7)씨는 “낚시꾼들은 연지 주변의 땅을 마구 파헤쳐 낚싯대를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며 “낚시 포인트 확보를 위해 장대 끝에 달린 갈퀴 등을 이용해 연 줄기를 뿌리째 걷어내는 것도 서슴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많은 낚시꾼들이 왔다가는데 다 마신 술병 등 쓰레기를 인근 못 주변과 농경지에 그대로 버리고 가 주변이 늘 지저분하고 악취가 난다”고 설명했다.저수지 주변 복숭아 과수원을 수십년째 하고 있는 한 농장 주인도 “여지껏 군청에서 단속다운 단속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지금 이 시기에는 이곳 못 전체는 홍련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이 때문에 전국에서 찾아온 수십명의 전문 사진작가들을 비롯해 아마추어 작가들이 못을 덮을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홍련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소홀한 관리로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이곳 풍경은 ‘팔경’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군청 관계자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곳은 고성 이씨 문중 소유이므로 관리 또한 문중에서 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성 이씨 문중 한 관계자는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관계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특히 낚시객은 낚시를 하기 위해 연을 많이 훼손하고 있어 골칫덩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들이 밤을 새워가며 낚시를 하다 돌아간 자리에는 쓰레기로 가득해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고 속내를 밝히며 “청도팔경 중 한 곳인 만큼 관리에 행정당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조만간 군청과 협의해 이곳을 낚시 금지구역으로 조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