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야의 개인정보 불법 수집 및 거래로 의료정보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병원이나 약국으로부터 환자 개인정보를 빼내 팔아 넘겨온 SK텔레콤과 약학 관련 재단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환자동의를 얻지 않고 빼돌린 정보는 모두 51억건으로 전 국민의 90% 가까운 4400만 명분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기소된 곳은 지누스사, 약학정보원, IMS헬스코리아, SK텔레콤 등 4곳이다.대한약사회 산하법인인 약학정보원은 겉으로는 국내유일의 의약품정보제공 공익기관을 표방하면서 뒤로는 가맹 약국의 조제정보를 빼돌려 다국적 의료통계업체 I사에 팔아넘겼다.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어느 병원을 찾아 어떤 약을 처방했느냐가 담긴 의료정보를 201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3억3000여건이나 빼돌렸는데 이제야 적발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사건이 터질 때까지 몰랐다.개인정보는 건당 고작 1원에도 못 미치는 쓰레기값으로 다뤄졌다. 약학정보원과 G사로부터 건당 1원에도 못 미치는 19억3000만원에 정보를 사들인 I사는 통계를 재가공한 뒤 국내 제약사에 팔아 70억여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한다. 1위 통신기업인 SKT도 전자처방전 사업을 하면서 처방정보를 약국에 팔아 36억원의 불법 이득을 얻었다. SKT 측은 “병원 처방전을 약국에 전송해주고 수수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불법거래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다. 환자 동의 없이 정보를 빼돌려 돈벌이로 삼은 업체, 기관은 당연히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구멍 뚫린 의료정보 관리 실태에 어두웠던 정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대한의원협회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약분업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의원협회는 “환자의 개인정보, 특히 건강정보를 사고파는 행위가 버젓이 자행된 이유는 의사로 하여금 처방전을 강제로 발행하게 하고 조제를 약사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약사법 제 23조 1항에 규정된 조제강제위임제도, 즉 의약분업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약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금 불거진 셈인데 피해자인 국민들이 어느 편을 드느냐가 주목된다. 약학정보원의 주인이 약사회인 이상 대한약사회는 환자정보를 팔아 이익을 취한 사실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약사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사후약방문일망정 제대로 된 것을 내놓아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