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할머니가 전신마취로 6시간짜리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100세 암수술 시대’를 연 것이 몇 년 전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용기와 희망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지옥이다. 작년 말 서울의 한 노인 보호전문기관에 온 박모(92) 할머니는 울기만 했다. 할머니는 며느리(64)가 주먹으로 때려 한동안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고 했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그는 맏아들 집으로 왔으나 아들 내외가 “재산은 동생에게 주고 빈껍데기로 왔다”며 폭언을 하고 옷 보따리를 집어던지거나 집 밖으로 내쫓기도 한다는 것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다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돈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는 뜻이다.85세 이상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60-70대 자녀가 팔순·구순의 부모를 모시고 사는 노·노(老老) 봉양 가구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주 명의로 노부모가 가구원으로 기재된 가구는 2013년 현재 14만2065가구에 달한다. 초고령인 85세 이상 노인 수는 작년 말 49만8321명으로, 2013년(45만5785명)보다 4만여명 늘어났다. 앞으로 10년 뒤인 2025년이면 85세 이상 노인이 현재의 2배가량인 116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노·노 봉양 가구의 위기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노인들을 내다버리는 소위 ‘현대판 고려장’도 수시로 일어난다. 하지만 ‘패륜’의 대명사로 불리던 일이 빈발해 뉴스에서조차 묻혀 버리기 일쑤다. 요양시설에 맡기는 사례는 이제 당연하게 여긴다. 치매에 걸린 B(82)씨는 아들, 며느리를 따라 남해로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아들 내외가 노부를 휴가지에 혼자 두고 야반도주했다. 길을 헤매던 B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기억을 더듬어 겨우 집에 돌아왔으나 아들은 “처음 본 사람”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결국 경찰은 관련 기관과 협의해 B씨를 요양시설로 보냈다. ‘개미’로 잘 알려진 프랑스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 ‘황혼의 반란’에는 고려장보다 더 끔찍한 미래판 고려장이 나온다. 초고령 사회인 프랑스에서 노인부양에 견디다 못한 젊은이들 사이에 ‘노인들은 일도 안하고 식량만 축낸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다. 학자들은 TV에 나와 노인들 때문에 국가재정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정치인들도 의사들이 노인들에게 너무 쉽게 약을 처방한다고 비난한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인공심장 생산을 중단하고 식당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 금지’ 팻말이 걸리며 70세 이상은 약과 치료비 지급을 제한하고 80세부터는 치과, 85세는 위장치료, 90세는 진통제 처방을 중지한다. 100세 이후는 모든 무료 의료 서비스를 금지시킨다. 이것도 모자라서 젊은이로 구성된 체포조가 전국을 돌며 노인들을 붙잡아 ‘휴식‧평화‧안락센터(CDPD)’에 가두고 독극물 주사를 놓아 안락사 시킨다. 이에 70대 프레드 부부가 노인들을 이끌고 산에 들어가 게릴라전을 펼치며 정부에 대항하지만 정부는 독감바이러스를 산에 뿌려 모든 노인이 죽는다. 간신히 살아남은 프레드도 결국 진압군에게 잡혀 안락사를 당한다.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이에게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게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분명히 장수가 축복만은 아닌 시대다. 늙어갈수록 가난해지는 악순환 속에서 노인 빈곤으로 인해 노인학대나 자살로 치닫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녀와 며느리, 사위 등 가족에 의한 학대가 70%를 차지에 달한다. 재수없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나올법하다. 이 모든 게 의학발달에 따른 수명연장과 급격한 저출산, 독신주의 때문이다. 정부는 대대적인 출산정책과 아기를 낳아도 교육부담과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사회복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초고령사회로 간다고 부정적 여론만 확대시키지 말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미래판 고려장을 예방하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