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첫 환자발생 69일만에 ‘사실상 종식’ 됐다. 28일 정부가 공식 선언한 것이다. 신규환자는 23일째, 사망자는 17일째 나오지 않고 있다. 치료 중인 환자가 12명 남아 있지만 이 중 11명은 유전자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아 사실상 완치됐고 나머지 1명도 음성과 양성판정이 번갈아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내린 판정이다. 의학적으로는 이 환자가 2차례 연속 음성판정을 받은 시점부터 2주 후가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시점이지만 현실적으로 메르스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 것 같다.이 시점에서 메르스사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해 메르스사태는 정부와 방역당국의 무능, 병원의 허술한 환자관리, 후진적 병원문화 등 우리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참사였다. 더구나 초기 컨트롤 타워 부재로 우왕좌왕하면서 환자 발생병원과 환자 경유병원의 공개를 지연시킨 당국의 무능은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전혀 진전된 것이 없었다. 총체적 무능이 병원 내 감염환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했다. 그 중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이 무겁다. 국내 최고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메머드병원이었지만 중소도시의 병원보다 나은 게 없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의 인큐베이트였다. 슈퍼 전파자인 14번째 환자가 사흘 내내 병원 곳곳을 누비도록 방치했다. 메르스환자의 50%가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될 정도에 달해 국치(國恥)에 기여했다.2003년 사스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가 불과 10여년이 지난 후 메르스로 36명이 목숨을 잃는 고통을 겪은 것은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모든 조직의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나태해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감염병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워 상시 대비해야 한다. 메르스사태가 일단락된 만큼 사회전반을 메르스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는 선언하고 궐기대회를 한다고 경기회복이 되지 않는다. 공직자들의 근무자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최근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외국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빠르게 하기 위해 정부부터 해외 체널을 총가동해 홍보전을 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폭염경보가 잇달아 내리고 찌는 듯 무더운 여름철, 식중독이 기다리고 있다. 사건이 터진 뒤에 단속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미리미리 현장을 찾아다니며 예방해야 한다.